강 론 말 씀

2013년 7월 15일 다해 연증 제15주간 월요일 (성 보나벤투라 주교 학자 기념일)

dariaofs 2013. 7. 15. 09:22

 

                                                                            (성 보나벤투라 주교 학자)

                                                               (마태 10,34-11,1)

 

 

<가족>

 

신앙인에게 가족은 가장 가까이 있는 영적 동반자입니다.

그런데 7월 15일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께서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을 하십니다.

 

"나는 아들이 아버지와, 딸이 어머니와,

며느리가 시어머니와 갈라서게 하려고 왔다.

집안 식구가 바로 원수가 된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도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마태 10,35-37)."

 

'갈라서게 하려고 왔다.'는 말씀은 가정을 파괴하려고 오셨다는 뜻일까?

'집안 식구가 바로 원수가 된다.'는 말씀은

당신을 따르려면 가정을 버려야 한다는 뜻일까?

'가족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

라는 말씀은 가족을 사랑하는 일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일까?

 

예수님의 말씀을 해석할 때에는

복음서 전체 내용 안에서 원래의 의도를 파악한 뒤에 해석해야 합니다.

'나는 가족을 갈라서게 하려고 왔다.' 라는 말씀의 원래 뜻은

'박해가 시작되면 가족이 갈라서는 일이 생길 것이다.'입니다.

"형제가 형제를 넘겨 죽게 하고 아버지가 자식을 그렇게 하며,

자식들도 부모를 거슬러 일어나 죽게 할 것이다(마태 10,21)."

 

예수님은 '모든 사람'을 구원하려고 오셨기 때문에

'모든 가족'이 함께 구원을 받기를 바라시는 분입니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은 그 구원을 거부합니다.

가정 안에서도 누구는 예수님의 구원을 받아들이고, 누구는 거부합니다.

가족 모두를 함께 구원하는 것이 예수님의 뜻인데,

인간들이 스스로 거부함으로써 가족이 분열되는 일이 생기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거부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박해자가 되어서 자기 식구를 박해하기도 합니다.

가족의 박해가 더 심하고, 더 고통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집안 식구가 바로 원수가 된다.' 라는 말씀은 '식구가 원수다.'가 아니라,

'원수로 변하는 식구가 생길 수도 있다.'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유다의 배반을 예고하실 때 이렇게 표현하셨습니다.

"나와 함께 대접에 손을 넣어 빵을 적시는 자,

그자가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마태 26,23)."

 

'함께 대접에 손을 넣어 빵을 적시는 자' 라는 말은

식사 공동체, 즉 가족을 뜻합니다.

가족과도 같았던 제자가 예수님을 배반하는 원수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가족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

라는 말씀은 가족을 사랑하면 안 된다는 뜻도 아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은 중요하지 않다는 뜻도 아닙니다.

이 말씀은 "나를 사랑하지 않고 '가족만' 사랑하는 사람은

내가 주는 것을 받을 수 없다."입니다.

다시 말해서 가족 때문에,

또는 세속적인 인간관계 때문에 신앙을 버리는 사람은

예수님의 구원을 받을 자격을 잃게 된다는 뜻입니다.

 

예수님에 대한 사랑과 가족에 대한 사랑은

대립 관계도 아니고, 비교 대상도 아닙니다.

이것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대립 관계가 아닌 것과 같습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은 예수님에 대한 사랑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예수님에 대한 사랑은 가족에 대한 사랑과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식구 중에 누군가가 악(惡)을 향해서 갈 때(범죄를 저지를 때)

그것을 감싸주고 공범이 되어주는 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그것을 적극적으로 막는 것이 진짜로 가족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신앙인은 안 믿는 식구들을 사랑으로 감화시켜서

함께 신앙생활을 하는 성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복음을 선포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서 가정을 떠나셨지만,

가족을 버리신 것은 아니었습니다.

성모님께서는 마지막까지 아들 예수님과 함께 하셨고,

예수님도 어머니를 걱정하셔서 제자에게 부탁하셨습니다(요한 19,25-27).

 

사도들이 처음에 제자로 부르심을 받을 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고 되어 있어서(루카 5,11)

가족을 버린 것처럼 보이지만,

복음서 전체 내용을 보면 그들도 역시 예수님처럼 가정을 떠났을 뿐이고,

가족을 버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처음에 숙소로 삼으신 집은 베드로 사도의 집이었고,

그 집에는 베드로 사도의 장모도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마태 8,14).

야고보와 요한 사도의 어머니가 등장하기도 하는데(마태 20,20),

아마도 예수님과 사도들을 따라다녔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내를 버리면 안 된다고 강하게 강조하셨고(마태 5,31-32),

'부모에게 효도하여라.' 라는 십계명 제4계명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자들을

엄하게 꾸짖으셨습니다(마태 15,3-6).

 

가족은 신앙생활의 동반자이고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의 선물입니다.

그 은총이 마지막까지 잘 유지되어서

하느님 앞으로 가족이 모두 함께 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모든 신앙인의 의무입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