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3년 7월 21일 다해 연중 제16주일

dariaofs 2013. 7. 21. 04:54

                                                                  (루카 10,38-42)

 

 

<마르타와 마리아>

 

마르타가 예수님을 자기 집으로 모셔 들이고,

'갖가지 시중드는 일로' 분주하게 일하는데,

마르타의 동생 마리아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르타는 예수님께

"주님, 제 동생이 저 혼자 시중들게 내버려 두는데도 보고만 계십니까?

저를 도우라고 동생에게 일러 주십시오." 하고 말합니다(루카 10,38-40).

 

예수님께서 마르타와 마리아의 집을 방문하신 이유에 대해서는

잠깐 쉬시기 위해서, 식사를 하시기 위해서, 사람들을 가르치시기 위해서

등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사람들을 가르치는 것이 주목적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마르타는 간단한 식사나 다과가 아니라

일손이 많이 필요한 큰 잔치를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마르타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루카 10,41-42)."

 

이 말씀에서 '많은 일'이라는 말은 음식 준비를 가리키는 말일 수도 있고,

마리아의 행동을 가리키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라는 말씀은

'너무 음식 준비만을 걱정하지 마라.' 라는 뜻일 수도 있고,

'마리아의 일을 간섭하지 마라.' 라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라는 말씀은

'추구해야 할 것은 하느님 나라뿐이다.' 라는 뜻입니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라는 말씀은

'마리아는 지금 하느님 나라를 추구하고 있다.' 라는 뜻입니다.

(마리아의 방식만 옳다고 칭찬하시는 말씀은 아닙니다.)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라는 말씀은

'하느님 나라의 행복은 아무에게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라는 뜻입니다.

(이 말씀은 마리아의 방식을 빼앗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마리아가 예수님의 말씀을 들음으로써 얻게 된

하느님 나라의 행복을 강조하시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마르타에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중단하고

너도 여기 와서 내 말을 들어라.' 라고 하시지 않았습니다.

마르타는 마르타의 일을 하면 됩니다.

마르타는 마르타의 방식으로 하느님 나라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음식이 주인공이 아니라

예수님이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만일에 더 많은 일손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마리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 모두 데리고 가서 일을 시킨다면,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사람이 없게 될 것이고,

그것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막는 행동이 될 것입니다.

마리아만 데리고 간다고 해도,

예수님께서 마리아에게 '말씀의 은총'을 주시는 것을 방해하는 일이 됩니다.

예수님께서 하시는 일을 방해하는 것은 예수님을 대접하는 태도가 아닙니다.

 

정반대의 상황을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만일에 마리아가 예수님께 '언니가 주님의 말씀을 안 듣고

주방에서 일만 하고 있는데도 보고만 계십니까?

언니에게 여기 와서 말씀을 들으라고 일러 주십시오.' 라고 말했다면,

예수님께서는 마리아에게도 같은 대답을 하셨을 것입니다.

마르타가 예수님께 음식을 대접함으로써

(예수님과 함께 음식을 먹음으로써)

얻게 되는 하느님 나라의 행복도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제자들을 만나셨을 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위해서 음식을 준비하셨고,

'와서 아침을 먹어라.' 라는 말씀 외에는

다른 말씀을 하시지 않았습니다(요한 21,12).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에게 나타나셨을 때에는

그들과 긴 대화를 나누신 다음에

그들의 식사 초대를 받아들이셨습니다(루카 24,29).

 

오늘날의 우리 입장에서는 마르타의 일은 성찬의 전례를 상징하는 것으로,

또 마리아의 일은 말씀의 전례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말씀의 전례를 무시하고 영성체만 하거나

성찬의 전례를 무시하고 말씀의 전례만 참석하고 떠난다면

온전하게 미사 참례를 한 것이 아닙니다.

 

마리아가 마르타의 일을 전혀 돕지 않고 예수님의 말씀을 듣기만 하다가

예수님께서 식사를 하실 때, ‘식사하시지 말고 말씀을 더 들려주십시오.’

라고 졸랐다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을 마치신 다음에는

마리아도 마르타의 일을 도와주었을 것이고,

그 다음에는 예수님과 함께 음식을 먹었을 것입니다.

 

또 마르타가 음식 준비만 하고

예수님의 말씀은 전혀 듣지 않았다고 생각하기도 어렵습니다.

마르타도 음식 준비가 끝난 다음에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었을 것이고,

예수님과 함께 음식을 먹었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너무 바쁘다고 하면서 기도하지 않고,

어떤 사람은 기도만 하고 일은 하지 않습니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옳지 않습니다.

각자 받은 탈렌트가 다르고, 각자 맡은 일이 다르고,

그 일을 해야 할 '때'가 각자 다를 수 있지만,

일만 하고 기도를 하지 않는다면 그 일을 하는 목적을 잊어버릴 수 있고,

기도만 하고 일을 하지 않는다면 빈말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기도를 통해서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얻고,

일을 통해서 기도를 실제 행동으로 실천하게 됩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