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3년 7월 25일 다해 성 야고보 사도 축일

dariaofs 2013. 7. 25. 00:42

 

                                                                  (마태 20,20-28)

 

<섬김>

 

제베대오의 두 아들, 즉 야고보와 요한 사도가

예수님의 오른쪽 자리와 왼쪽 자리에 앉게 해 달라고

예수님께 청합니다(마태 20,20-21).

예수님께서는 그 청을 수락하거나 거절하지 않으시고,

당신이 마시려는 잔을 마실 수 있느냐고 물으시면서,

모든 일은 하느님의 계획대로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마태 20,22-23).

 

그런데 예수님의 말씀이 좀 이상합니다.

"너희는 너희가 무엇을 청하는지 알지도 못한다.

내가 마시려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느냐?(마태 20,22)"

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겉으로만 보면,

"내가 마시려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다면 너희가 청하는 것을 얻을 것이다."

라는 뜻으로 보이는데, 그 다음 말씀을 보면 그게 아닙니다.

 

"너희는 내 잔을 마실 것이다.

그러나 내 오른쪽과 왼쪽에 앉는 것은 내가 허락할 일이 아니라,

내 아버지께서 정하신 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마태 20,23)."

라는 말씀을 겉으로만 보면

"너희가 그 잔을 마셔도 소용없다. 아버지의 계획대로 될 테니까."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두 말씀은 서로 모순되는 말씀으로 보입니다.

이 모순을 해결하려면 예수님 말씀의 속뜻을 생각해야 합니다.

"너희는 너희가 무엇을 청하는지 알지도 못한다.

내가 마시려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느냐?" 라는 말씀은

'너희는 그런 것을 청하지 말고

내가 마시려는 잔을 마시려고 노력하여라.'로 해석됩니다.

 

"너희는 내 잔을 마실 것이다.

그러나 ... 내 아버지께서 정하신 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라는 말씀은

'내 잔을 마신다면 아버지께서 정하신 이들 속에 포함될 수 있다.'로 해석됩니다.

(또는 '내 잔을 마심으로써

아버지께서 정하신 이들 속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여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님의 오른쪽과 왼쪽 자리를 청한 것은

다른 사람 말고 자기들에게만 그 자리를 주시라는 요청입니다.

다른 열 제자가 그 두 형제를 불쾌하게 여기는데(마태 20,24),

이것은 다른 열 제자도 야고보와 요한과 같은 것을 바라고 있었음을 나타냅니다.

열두 사도가 모두

'다른 사람들보다 자기가' 더 높은 자리에 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그런 사도들에게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마태 20,26)." 라고 말씀하십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20,26)." 라는 말씀은

'높은 사람이 되는 방법'에 대한 말씀이 아닙니다.

이 말씀은 '높은 사람이 되려고 하지 말고

섬기는 사람이 되어라.' 라는 가르침입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마태 20,27)."

라는 말씀도 '첫째가 되려고 하지 말고 종이 되어라.'입니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는 것은 그 다음에 나오는 말씀 때문입니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태 20,28)."

 

예수님은 사람들에게서 섬김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사람들을 섬긴 분이 아니라,

사람들을 사랑하셨기 때문에 섬긴 분입니다.

또 첫째가 되기 위해서 당신의 목숨을 바치신 분이 아니라,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서 목숨을 바치셨습니다.

 

나중에 높아지고 싶어서 우선 먼저 사람들을 섬기는 것은

진짜로 섬기는 것이 아니라 거짓으로 섬기는 것입니다.

(정치인들이 선거 때에는 유권자들 앞에서 큰절을 하고,

당선되면 거만해지는 모습이 바로 거짓으로 섬기는 모습입니다.)

 

존경을 받고 싶은 욕심으로 겸손하게 행동하는 것은

겸손한 척하는 것(거짓 겸손)입니다.

진짜 겸손은 '존경받고 싶은 욕심 자체가 없는 것'입니다.

 

종의 모습으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예수님께서는

'자, 이제부터는 너희가 내 발을 씻어라.' 하지 않으셨습니다.

(세족 예식 후에 예수님의 발을 씻어드린 제자는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발을 씻으라고 하지 않으시고,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요한 13,14)." 라고만 하셨습니다.

당신을 섬기라고 요구하신 것이 아니라 서로 섬기라고 하신 것입니다.

 

어떤 공동체에서 모두가 서로 섬기고, 모두가 서로 종이 된다면,

그 공동체에는 가장 높은 사람도 없게 되고, 첫째인 사람도 없게 됩니다.

거꾸로 말하면 낮은 사람도 없게 되고 꼴찌인 사람도 없게 됩니다.

결국 높은 사람도 없고, 낮은 사람도 없는 공동체가 됩니다.

모두가 다 높은 사람이고, 모두가 다 첫째입니다.

그게 실현되는 나라가 바로 하느님 나라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오른쪽 자리와 왼쪽 자리는

각각 한 명씩만 앉는 자리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함께 앉는 자리가 됩니다.

그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아버지께서 정하신 이들'도

달랑 두 명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됩니다.

 

그 자리는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른 사람(마태 16,24)'이라면,

또 섬김을 받으려고 하지 않고 섬기려고만 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해서 하느님 나라로 들어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앉게 되는 자리입니다.

 

그러면 그런 하느님 나라를 추구하는 신앙인들의 공동체, 즉 교회의 지금 모습은?

 

 ~ 송영진 모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