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3년 9월 3일 연중 제22주간 화요일(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 기념일)

dariaofs 2013. 9. 3. 00:30

 

                                                                 (루카 4,31-37)

 

 

<회당에서 더러운 영을 쫓아내시다.>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의 카파르나움 고을로 내려가시어,

안식일에 사람들을 가르치셨는데, 그들은 그분의 가르침에 몹시 놀랐다.

그분의 말씀에 권위가 있었기 때문이다(루카 4,31-32)."

사람들이 예수님의 말씀에 권위가 있어서 놀랐다는 말은,

예수님의 말씀에서 '하느님의 힘'(또는 성령의 힘)을 느꼈다는 뜻입니다.

 

아마도 예수님께서는 나자렛에서 하신 것처럼(루카 4,17-21)

성경을 봉독하신 다음에 복음을 선포하시는 설교를 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마르코복음을 보면, 사람들이 놀랐다는 말 뒤에

'율법학자들과 달리' 라는 말이 더 들어 있습니다(마르 1,22).

예수님의 말씀이

다른 율법학자들의 말과 달랐기 때문에 사람들이 놀랐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다른 율법학자들의 말에는 권위가 없었다는 뜻입니다.

 

당시의 율법학자들은 성경을 해설하거나 설교를 할 때

유명한 옛날 학자들이 했던 말을 인용하거나,

어떤 이야기를 인용하거나 지어내는 방식으로 했는데,

그것은 사실상 자기의 지식을 자랑하는 일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율법학자들이 자기들의 지식을 자랑하는 모습에서

하느님의 힘(성령의 힘)을 느낄 수 없었고,

아무런 권위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시고,

성령으로 충만하신 분이기 때문에(루카 4,14)

다른 학자들의 말이나 어떤 이야기를 인용할 필요가 없으셨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곧 하느님의 말씀이었고,

듣는 사람들도 바로 그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예수님의 말씀에 권위가 있었다는 것은

그 말씀이 말씀으로만 끝나지 않고

실제로 어떤 '일'을 일으키는 '힘'(동력)으로 작용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잠잠해져라." 라는 예수님의 명령 한마디로

바람과 파도가 잠잠해진 일이 좋은 예입니다(루카 8,24).

마귀들이 예수님의 명령에 복종한 것도 바로 그 힘의 작용을 나타냅니다.

회당에 있었던 사람들은 처음에는 예수님의 말씀에서 '힘'을 느꼈고,

그 다음에는 예수님께서 마귀를 쫓아내시는 모습을 보면서

그 '힘'을 실제로 목격하게 됩니다.

 

"마침 그 회당에 더러운 마귀의 영이 들린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루카 4,33)."

마귀는 예수님을 알고 있었고, 자기가 쫓겨나게 될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종의 방어 전술로 예수님과 타협을 하려고 합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루카 4,34)." 라는 마귀의 말은

신앙고백이 아니라 반항하는 말입니다.

 

바로 앞에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자기가 하는 일을 상관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고,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신 예수님의 영역과

자기들의 영역은 다르다고 주장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말은 ‘마귀 들린 사람’이 한 말이 아니라, 마귀가 한 말입니다.)

그러나 이 세상 전체가 주님이신 하느님의 영역입니다.

마귀가 있어야 할 곳은 지옥뿐입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하고 꾸짖으시니, 마귀는 그를 사람들 한가운데에 내동댕이치기는 하였지만,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하고 그에게서 나갔다(루카 4,35)."

예수님의 말씀에는 마귀도 거역하지 못할 힘이 들어 있습니다.

마귀가 마귀 들린 사람을 내동댕이친 것은

자기가 쫓겨나는 것에 대해서 그 사람에게 분풀이를 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좀 더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마귀 들린 사람이 회당에 있었다는 것은

마귀가 회당에 있었다는 것과 같습니다.

"하느님께 예배를 드리는 회당에도 마귀가 들어갈 수 있나?"

인간 세상에서 마귀가 들어가지 못할 장소는 없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교회라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마귀는 '교회' 라는 건물뿐만 아니라,

교회 공동체 안으로도 들어갈 수 있는 존재입니다.

복음서에는 사탄이 유다에게 들어갔다고 되어 있는데(루카 22,3),

그것은 사탄이 '사도단' 안으로 침투한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교회 공동체라고 해서 방심하거나 자만하면 안 됩니다.

마귀가 언제든지 스며들어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동체 안으로 마귀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방법은,

또는 이미 들어온 마귀를 쫓아내는 방법은

'기도'뿐입니다.

"그러한 것은 기도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나가게 할 수 없다(마르 9,29)."

 

사실 신앙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다고 해도

마음을 모아서 기도하지 않는다면,

그 모임을 교회 공동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세속의 친목 단체와 별로 다를 것 없는 모임이 될 뿐입니다.

 

우리가 기도를 해서 마귀를 쫓아낸다는 것은

기도의 힘으로 '우리가' 마귀를 쫓아내는 것이 아니고,

마귀를 쫓아내 달라고 예수님께 청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힘(또는 성령의 힘)으로만 마귀를 쫓아낼 수 있습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