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3년 9월 14일 다해 성 십자가 현양 축일

dariaofs 2013. 9. 14. 00:30

 

                                                               (요한 3,13-17)

 

 

<십자가>

 

십자가는 '희생'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의 죄 때문에 십자가를 지고 가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죄 때문에 십자가를 지고 가셨습니다.

우리가 지고 가는 십자가도 다른 사람을 위한 희생입니다.

그 다른 사람이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고, 이웃일 수도 있고,

먼 곳에 있는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힘든 고난을 겪어도

그것이 자기 자신의 이기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겪는 일이라면,

그것은 십자가가 아닙니다.

'희생'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희생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의 생애는 희생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희생 끝에는 승리의 영광이라는 열매가 있었습니다.

우리의 십자가 희생도 바로 그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십자가는 '사랑'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에 십자가를 지고 가셨습니다.

사랑으로 스스로 행하는 희생이 진짜 희생입니다.

억울해 하면서 억지로 희생을 당하는 것이라면,

그래서 자기가 십자가를 지게 된 것을 저주하고 원망한다면,

그것을 십자가라고 할 수 없습니다.

 

십자가는 '생명'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 십자가를 지고 가셨습니다.

믿음 없는 사람들은 사형 도구인 십자가에서 죽음만 볼 것입니다.

그러나 믿는 사람들은 십자가에서 부활과 생명을 봅니다.

예수님의 생애는 십자가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고, 부활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부활과 생명으로 우리를 초대하셨습니다.

만일에 예수님의 생애가 십자가의 죽음으로 끝났다면,

그 희생과 사랑을 존경할 수는 있겠지만, 예수님을 믿을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죽으려고 십자가를 지는 것이 아니라 '살려고' 십자가를 집니다.

 

십자가는 '내가' 스스로 지고 가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각자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르라고 하셨습니다(루카 9,23).

자기의 십자가는 자기가 지고 가야 합니다.

남에게 완전히 떠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예수님이 중간에 키레네 사람 시몬의 도움을 받은 것처럼

남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도움을 받는 것과 남에게 완전히 떠넘기는 것은 다릅니다.

사람마다 십자가의 크기가 다르고, 지고 가는 방식도 다르지만,

어떻든 누구나 각자 지고 가야 할 자기 몫의 십자가가 있습니다.

 

십자가는 '기쁨으로' 지고 가야 합니다.

 

믿음과 사랑과 희망으로 지고 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쁨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십자가를 지고 가는 과정에서 인간적으로 힘들고

고통스럽고 슬프고 외로워서 눈물을 흘릴 수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영적인 기쁨을 잃으면 안 됩니다.

믿음과 사랑과 희망과 기쁨은 십자가를 지고 갈 수 있게 해 주는 힘입니다.

 

십자가는 나중이 아니라 '지금' 져야 합니다.

 

영원한 생명이 완성되는 일은 나중의 일이지만,

그 생명의 시작은 십자가를 통해서 지금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십자가를 지는 일을 나중으로 미루고

지금은 그냥 마음대로 편안하게 살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십자가를 지지 않겠다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를 '날마다' 지고 당신을 따르라고 하셨습니다(루카 9, 23).

'날마다' 라는 말은 '오늘(지금)'부터 '날마다'입니다.

 

십자가는 '끝까지' 지고 가야 합니다.

 

가다가 포기하고 중단하면 처음부터 안 간 것과 같습니다.

그 길을 끝까지 가려면 다른 길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합니다.

후회하지도 말아야 하고, 한눈을 팔아도 안 됩니다.

오직 한마음으로 앞만 보면서 가야 합니다.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루카 9,62)."

 

십자가는 '삶'입니다.

 

이론적으로 잘 설명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삶'이 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십자가를 우상으로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을 보아야 합니다.

그 예수님의 희생과 사랑과 생명을 따라가야 합니다.

예수님은 안 보고 십자가만 보는 것은

'실체'는 외면하고 '상징'만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런 것들은 앞으로 올 것들의 그림자일 뿐이고

실체는 그리스도께 있습니다(콜로 2,17)."

예수님을 믿지도 않거나, 믿더라도 자기 십자가를 지고 가지 않으면서,

또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을 따르지도 않으면서

십자가만 무슨 부적처럼 사용한다면,

그것은 우상숭배와 다르지 않습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