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9,46-50)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말씀과 현실의 거리>
제자들이 '누가 가장 큰(높은) 사람이냐?' 라는 문제로 다투자
예수님께서 어린이 하나를 데려다가
당신 곁에 세우신 다음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이 어린이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사람이야말로 가장 큰 사람이다(루카 9,48)."
예수님께서 베드로 사도를 교회의 반석으로 삼으시고,
그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셨지만(마태 16,18-19),
그를 사도들 가운데 가장 높은 사람이라고 선언하시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사도들이 베드로를 가장 높은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런 문제로 다투었다는 것은
명시적으로 그런 선언이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도들 사이의 서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으셨던 것 같은데,
사도들 자신들이 자기들의 서열에 대해서 신경을 쓴 것 같습니다.
그런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인간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루카복음서 저자는 사도들이 최후의 만찬 자리에서 또 다시
서열 문제로 다투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루카 22,24).
복음서에 기록된 순서만 보면,
그 다툼은 최후의 만찬이 끝난 뒤에 생긴 일인데,
누가 자리 배정을 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자리를 배정했는지,
그런 것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최후의 만찬 때에 자기들이 앉은 자리 순서에
불만을 품은 사도가 일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누가 가장 큰 사람이냐?'에 관해서 이미 예수님의 가르침을 들었으면서도
그 가르침을 잊어버린 것입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민족들을 지배하는 임금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민족들에게 권세를 부리는 자들은 자신을 은인이라고 부르게 한다.
그러나 너희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가장 어린 사람처럼 되어야 하고
지도자는 섬기는 사람처럼 되어야 한다.
누가 더 높으냐? 식탁에 앉은 이냐, 아니면 시중들며 섬기는 이냐?
식탁에 앉은 이가 아니냐?
그러나 나는 섬기는 사람으로 너희 가운데에 있다(루카 22,25-27)."
"나는 섬기는 사람으로 너희 가운데에 있다." 라는 말씀과
"이 어린이를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라는 앞의 말씀이 연결됩니다.
예수님을 본받고 예수님을 따르려면 예수님처럼 살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섬기는 사람으로 우리 가운데에 계신다면,
우리도 섬기는 사람으로 이웃 가운데에 있어야 합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가장 어린 사람처럼 되어야 하고" 라는 말씀과
앞에서 말씀하신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사람이야말로
가장 큰 사람이다." 라는 말씀은,
'가장 높은 사람이 되기 위한 방법론'이 아닙니다.
이 두 말씀은 '높아지려고 하지 말고 낮아지려고 해야 한다.'이고,
직책이 높든지 낮든지 간에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에 관한 가르침입니다.
요한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다음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깨닫겠느냐?
너희가 나를 '스승님', 또 '주님' 하고 부르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 나는 사실 그러하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요한 13,12-15)."
어떤 조직과 제도를 운영하려면 위계질서가 필요하고,
직책의 높낮이도 필요하고, 서열도 필요합니다.
필요해서 정한 일이긴 하지만,
직책상(서열상) 더 높은 사람과 더 낮은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높아지려고 하지 말고 낮아지려고 해야 한다.' 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은,
'직책의 높낮이를 정하지 마라.'도 아니고,
'높은 직책을 맡지 말고 낮은 직책만 맡아라.'도 아닙니다.
누군가는 높은 직책을 맡아야 하고, 누군가는 낮은 직책을 맡아야 합니다.
그러나 높은 직책을 맡았다고 해서 높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고,
또 낮은 직책을 맡았다고 해서 낮은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셨다고 해서
제자들보다 낮은 사람이 되신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주님'이신 분이 종들이나 하는 일을 하셨음을 본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서로' 그렇게 해야 한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해야 합니다.
하느님 앞에서 우리는 모두, '서로 사랑해야 하고, 서로 섬겨야 하는 형제'
라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가르침과 현실의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순종'을 강조하기 전에 자기가 먼저 '섬김'을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상대방의 '싸가지' 없음을 비난하기 전에,
섬기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먼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화를 내기 전에 먼저
그 자존심이라는 것을 죽여야 하지 않을까?
~ 송영진 모세 신부 ~
'강 론 말 씀 '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13년 10월 2일 다해 <수호천사 기념일> (0) | 2013.10.02 |
|---|---|
| 2013년 10월 1일 다해<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학자 대축일> (0) | 2013.10.01 |
| 2013년 9월 29일 다해 연중 제26주일 (0) | 2013.09.29 |
| 2013년 9월 22일 다해 한국 순교자 대축일 (0) | 2013.09.22 |
| 2013년 9월 21일 다해 (성 마태오 사도 복음사가 축일) (0) | 2013.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