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3년 10월 1일 다해<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학자 대축일>

dariaofs 2013. 10. 1. 00:30

 

                                                                   (마태 18,1-5)

 

<어린이, 어른>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마태 18,3)."

이 말씀에서 '어린이'는 겸손의 상징입니다.

그래서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은 '겸손하지 않으면'입니다.

하늘나라에 들어가기를 바란다면 회개해야 하고,

회개를 통해서 겸손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마태 18,4)."

이 말씀에서 '어린이'는 '가장 낮은 사람'을 상징합니다.

'겸손'은 '자기를 남들보다 낮은 사람으로 낮추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 구절의 예수님 말씀은

'하늘나라에서는 가장 겸손한 사람이 가장 큰 사람이다.'입니다.

 

그런데 앞의 구절에서 겸손한 사람들만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셨으니

하늘나라에는 겸손한 사람들만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하늘나라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다 자신을 낮추는 사람들이고,

동시에 다른 사람들을 자기보다 높이는 사람들이고,

그래서 '누가 더 높은 사람이냐?' 라고 경쟁하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가장 큰 사람'이라고 표현되어 있긴 하지만,

하늘나라에서는 어떤 한 사람이 '가장' 높은 사람이 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모두가 다 똑같이 겸손하고, 모두가 다 똑같이 높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또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마태 18,5)."

이 말씀에서 '어린이'는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사람'을 뜻합니다.

이 구절의 뜻은,

'아무리 보잘것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예수님 섬기듯이 섬겨야 한다.'입니다.

그들을 예수님 섬기듯이 섬기려면 자기 자신을 그들보다 낮춰야 합니다.

 

그래서 결국 어린이처럼 되는 일과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일과

어린이 하나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사실상 같은 일이 되고,

그 일은 하늘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 꼭 실천해야 할 일이 됩니다.

반대로 보잘것없는 사람을 무시하고 천대하는 것은 교만죄를 짓는 일이고,

이웃에게 상처를 입히는 죄(이웃 사랑을 거스르는 죄)를 짓는 일이기 때문에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잃게 만드는 일이 됩니다.

 

그런데 바오로 사도는 '어린이'를 전혀 다른 뜻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모두

하느님의 아드님에 대한 믿음과 지식에서 일치를 이루고

성숙한 사람이 되며 그리스도의 충만한 경지에 다다르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닐 것입니다.

어린아이들은 사람들의 속임수나 간교한 계략에서 나온 가르침의

온갖 풍랑에 흔들리고 이리저리 밀려다닙니다.

우리는 사랑으로 진리를 말하고 모든 면에서 자라나

그분에게까지 이르러야 합니다.

그분은 머리이신 그리스도이십니다(에페 4,13-15)."

 

"형제 여러분, 여러분에게 이야기할 때,

나는 여러분을 영적이 아니라 육적인 사람,

곧 그리스도 안에서는 어린아이와 같은 사람으로 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젖만 먹였을 뿐 단단한 음식은 먹이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지금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여러분은 아직도 육적인 사람입니다(1코린 3,1-3ㄱ)."

바오로 사도가 말하는 '어린이'는 미숙하고, 어리석고, 육적인 사람이고,

'어른'은 성숙하고, 지혜롭고, 영적인 사람입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어린이'가 되어야 합니다.

동시에 바오로 사도가 말한 '어른'이 되어야 합니다.

신앙인은 성숙한 지혜와 겸손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방향이 전혀 다른 두 길을 동시에 가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길은 하나뿐입니다.

다시 말해서 성숙하고 지혜로운 신앙인이 되는 길은

겸손한 신앙인이 되는 길입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과 같습니다.)

 

대표적인 분은 성모 마리아입니다.

성모님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어린이'의 모범이신 분이고,

바오로 사도가 말한 '어른'의 모범이신 분입니다.

그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분은 소화 데레사 성녀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나이나 신앙생활 기간과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다니엘은 어린 나이에 지혜로운 원로 대접을 받았습니다(다니 13,45.50).

그러나 엘리사 예언자가

주님의 이름으로 저주해서 죽게 만든(2열왕 2,23-24) 아이들은

어리기도 했지만 철딱서니가 없고 어리석은 아이들이었습니다.

 

아기 예수님에 대해서 예언했던 한나는 나이가 아주 많았는데(루카 2,36)

지혜롭고 성숙하고 겸손한 예언자였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다니엘서에서 수산나를 죽이려고 했던 두 원로는

'악한 세월 속에 나이만 먹은(다니 13,52)' 사람들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지혜롭게 되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점점 더 어리석고 추하게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면 할수록 더욱 겸손해지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점점 더 교만해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