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3년 10월 6일 다해 연중 제27주일

dariaofs 2013. 10. 6. 00:30

 

                                                              (루카 17,5-10)

 

 

<믿음과 기적>

 

사도들이 예수님께,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 라고 청하는데(루카 17,5),

사도들의 말은 기적을 행할 수 있는 능력을 달라는 뜻입니다.

사도들은 자기들이 기적을 행하지 못하는 것은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믿음을 더하여 달라고 청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돌무화과나무더러 '뽑혀서 바다에 심겨라.' 하더라도,

그것이 너희에게 복종할 것이다(루카 17,6)."

이 말씀은, "믿음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도 해낼 수 있다."가 아니라,

"불가능한 일도 해내시는 하느님을 믿기만 하면 된다."

("기적을 행하려고 하지 말고, 기적을 행하시는 하느님을 믿어라.") 입니다.

기적을 행하시는 분은 하느님(예수님)이시고,

우리는 그 하느님(예수님)을 믿고 청할 뿐입니다.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도 있으면'이라는 말은

'믿음이 있으면'을 강하게 표현한 말입니다.

'겨자씨 한 알'은 믿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일 뿐입니다.

믿음이란 '있든지 없든지'입니다.

('믿거나 안 믿거나' 두 가지뿐입니다.)

반신반의는 안 믿는 것입니다.

믿음이 부족한 것도 없는 것과 같습니다.

 

돌무화과나무가 바다에 심어진다는 말은,

'하느님은 불가능한 일도 해내시는 분'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입니다.

'그것이 너희에게 복종할 것이다.' 라는 말은,

기적의 결과를 나타내는 표현일 뿐이고,

글자 그대로 나무가 제자들의 명령에 복종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복종하더라도 제자들이 아니라 하느님에게 복종할 것입니다.)

 

불가능한 일을 해내시는 하느님을 믿은 분 가운데

모범이 되시는 분은 성모 마리아입니다.

성모 마리아는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라는

가브리엘 천사의 말을 믿었고, 그래서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라고 응답했습니다(루카 1,37-38).

하느님은(예수님은) '불가능한 일이 없는 분'이시기 때문에,

우리는 그분을 믿기만 하면 됩니다.

(자기가 직접 기적을 행하려고 욕심내지도 말고,

기적을 행하라고 주님께 요구하지도 말고, 기적만 바라지도 말고...)

 

가브리엘 천사는 아들 요한이 태어날 것이라고 예고하는 말을 믿지 못한

즈카르야를 꾸짖었는데,

"보라, 때가 되면 이루어질 내 말을 믿지 않았으니...(루카 1,20)."

라는 천사의 말에서 '때'는 주님께서 정하신 때입니다.

우리는 주님을 믿고, 그 '때'가 될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합니다.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에서

우리가 흔히 잊고 지나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탄생과 예수님의 탄생은 모두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게 만드시는 하느님께서 행하신 기적인데,

잉태만 하느님의 기적이었고,

잉태 후의 임신 기간, 출산, 성장은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과정을 거쳤습니다.

(엘리사벳과 마리아는 잉태 첫 순간을 제외한 나머지 과정에서는

다른 어머니들과 똑같은 고생을 겪었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해야 할 일, 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기적이 필요 없습니다.

기적이 필요 없으니까 하느님께서 개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직접 개입을 하셔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직접 해 주시는 일이 기적입니다.

 

누구든지 신앙생활을 하다보면

기적 같은 일, 또는 진짜 기적을 체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어서

믿고 기도했더니 기도한 대로 되었다면,

그것은 모두 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조심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내 믿음과 기도가 기적을 일으켰다." 라고 말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기적은 '내가' 일으킨 것이 아니라,

'내가 믿는 주님께서' 일으키신 것입니다.

 

사도행전을 보면 사도들이 기적을 행하는 장면이 많은데,

그런 기적들도 모두 사도들이 아니라 주님께서 하신 일들입니다.

그런데 당시에 사도들이 행한 기적만 보고

사도들을 신으로 섬기려고 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만일에 그때 사도들이 나쁜 마음을 품었다면

사이비 종교를 만들어서 교주가 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리스트라에서 바오로와 바르나바는

자기들을 신으로 섬기려고 하는 군중을 말리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도 여러분과 똑같은 사람입니다(사도 14,15)."

이 말에는 "사람인 우리는 기적을 행할 수 없고,

기적은 우리가 믿는 주님께서 하신 일이다." 라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믿음을 갖고 열심히 기도해서 기적 같은 일이(또는 기적이) 일어났다면,

우리는 겸손하게 이렇게 찬미해야 합니다.

"인간이(제가)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 주십니까?

사람이(제가) 무엇이기에 이토록 돌보아 주십니까?(시편 8,5)"

 

~ 송영진 모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