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4년 4월 29일 가해 부활 제2주간 화요일(시에나의 성녀 카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dariaofs 2014. 4. 29. 01:30

 


카타리나 베닌카사(Catharina Benincasa, 또는 가타리나)는 시에나의 한 염색업자의 25명의 자녀 가운데 막내딸로 태어났다. 그녀는 생기발랄하고 상냥한 아가씨였으므로, 아버지가 항상 점잖게 굴라고 하는 말을 싫어하였다고 한다.

 

그런데도 불과 6살의 어린 나이에 자신의 생애를 미리 보는 신비한 체험을 하였다. 그녀는 부모가 자신을 결혼시키려는 모든 노력에 반항하고, 오로지 기도와 단식에만 전념하였다.

 

그녀는 16세 되던 해에 도미니코 3회원이 되었으며, 이때부터 그리스도, 마리아, 성인들에 대한 환시는 더욱 잦아졌고, 동시에 악마적인 환시도 종종 일어났다고 한다.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일에 큰 관심을 보였는데, 특히 나병환자와 같은 절망적인 병을 앓는 환자들을 간호하는 일을 즐겨하였다.

 

그녀가 받은 초자연적인 선물들로 인하여 열렬한 지지자들이 지나치게 열광하였기 때문에, 그녀가 혹시 협잡꾼이 아닌가 하여 고발됨에 따라 도미니코회의 총회 석상에까지 출두한 일도 있었다. 그 당시 카푸아(Capua)의 레이몬드 성인이 그녀의 고해신부로 임명되었으나, 곧 그녀의 제자가 되었고, 후일에는 그녀의 전기 작가가 되었다.

시에나로 돌아온 그녀는 페스트로 황량해진 그 도시와 주민들을 돌보는 일에 전념하였고, 선고받은 죄수들을 찾았으며, 평화를 전하는 사람으로서 많은 분쟁을 해결하였다. 그녀는 터키인을 대항하려는 십자군을 모집하는 교황 그레고리우스 11세(Gregorius XI)를 적극 지원하였고, 1375년에 피사를 방문하는 도중에 오상 성흔을 받았다.

 

그러나 이 오상이 생전에는 볼 수 없었는데, 임종할 즈음에는 확연히 드러났다고 한다. 그녀는 플로렌스와 그레고리우스 교황간의 불화를 중재하는 데에는 실패하지만, 아비뇽(Avignon)의 교황좌가 1376년에 로마(Roma)로 돌아오게 하는 일에 큰 기여를 하였다. 그 후로는 자신의 신비적인 체험들을 기록하는 일에 전념하여 성녀 카타리나의 대화라는 제목으로 간행되었다.

1378년 교황 그레고리우스의 서거에 즈음하여 우르바누스 2세(Urbanus II)가 교황으로 선출됨으로써, 이를 반대하는 일단의 추기경들이 스위스 제네바(Geneva)의 로베르투스(Robertus)를 대립교황으로 선출하는 사건으로 큰 분열이 발단되어 여간 혼란스럽지 않을 때, 그녀는 단호히 우르바누스 교황을 지지하여 분열을 종식시켰다. 그녀는 중풍 증세로 고생하다가 며칠 후에 로마에서 운명하였다.

카타리나는 그리스도인 신비가 중에서도 대가에 속한다. 그녀는 “대화” 외에도 400여 통의 서한들을 남겼다. 1461년에 시성되었고, 1939년에는 이탈리아의 수호성인으로 선포되었으며, 1970년에는 교황 바오로 6세(Paulus VI)에 의하여 교회 박사로 선언되었다.

 

강론   :    (요한 3,7ㄱ.8-15)

 

 

<세상일, 하늘 일>

 

"내가 세상일을 말하여도 너희가 믿지 않는데,

하물며 하늘 일을 말하면 어찌 믿겠느냐?(요한 3,12)"

이 말씀에서 '세상일'은 '위로부터 태어나는 일,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는 일(요한 3,3.5)'을 가리킵니다.

'하늘 일'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일(요한 3,5)'로 해석됩니다.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는 일은 이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일이고,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일은 하늘에서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이 말씀을 "너희가 세상일을 믿는다면

하늘 일도 믿을 수 있을 것이다."로 바꿔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말씀을 예수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이 아니라

사도들의 설교나 복음서 저자의 말로 생각한다면,

'세상일'은 예수님께서 지상에서 하신 모든 일들로 해석할 수 있고,

'하늘 일'은 하느님 나라, 구원, 영원한 생명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증언하는 예수님의 일을(복음을) 믿는다면,

예수님께서 구원과 생명을 주신다는 것을 믿을 수 있을 것이다."가 되고,

다시 이 말은,

"우리가 증언하는 복음을 믿고 구원과 생명을 받아라."가 됩니다.

 

루카복음서 저자는 복음서 머리말에서

"처음부터 목격자로서 말씀의 종이 된 이들이 우리에게 전해 준 것을

그대로 엮은 것입니다(루카 1,2)."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복음서에 기록된 내용은 이 세상에서 직접 목격한 일들이고,

직접 들은 말씀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하신 일들과 말씀들은 '세상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한복음의 머리글을 보면,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요한 1,1)."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처음'의 일을 본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말씀(예수님)'이 한처음부터 계셨고,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는 것은

누군가가 직접 목격한 일이 아니라, 그냥 믿는 일입니다.

이것은 믿어야만 하는 '하늘 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루카복음은 세상일부터 말하기 시작해서 하늘 일을 말하는 책이고,

요한복음은 하늘 일을 먼저 말한 다음에 세상일을 말하는 책입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이, 곧 사람의 아들 말고는

하늘로 올라간 이가 없다(요한 3,13)."

이 말씀은 예수님의 말씀이 아니라

복음서 저자가 앞의 12절을 해설하는 말로 봅니다.

여기서 "하늘로 올라가다." 라는 말은 '승천'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하늘 일'을 알아듣게 해 주고, 믿게 해 주는 일을 뜻합니다.

따라서 "사람의 아들 말고는 하늘로 올라간 이가 없다." 라는 말은

"예수님 말고는 하늘 일을 말씀해 주실 분이 없다."이고,

이 말은 "예수님을 믿으면 하늘 일을 알게 되고 믿게 된다." 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예수님이 '하늘에서 내려온 분'이라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하늘에서 내려오신 일은 '하늘 일'이고,

내려온 후에 지상에서 하신 활동은 '세상일'입니다.

예수님의 지상에서의 활동을 보고

그분이 하늘에서 내려온 분이라는 것을 믿는 것은

'세상일'을 통해서 '하늘 일'을 믿는 것입니다.

 

이 '믿음의 목적'은 '영원한 생명'입니다.

"믿는 사람은 누구나

사람의 아들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3,15)."

우리 입장에서는 예수님을 믿는 것은 '세상일'이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은 '하늘 일'입니다.

 

지금까지 말한 내용들이

뭔가 굉장히 복잡하고 공허한 신학 이론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데,

사실 그렇게 복잡한 말은 아닙니다.

 

우리는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라고 기도합니다.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라는 말은

하늘과 땅이 전혀 다른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만일에 교회가 땅을 외면하고 하늘만 말한다면

치료제는 안 주고 진통제만 주는 사이비로 전락하게 됩니다.

실제로 그런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 라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만일에 교회가 하늘은 외면하고 땅만 말한다면

사회사업 단체로 변질될 것이고, 더 이상 종교라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교회가 하늘 일과 세상일을 모두 말하는 것은 그렇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종교인은 세상일에 나서지 마라." 라고 압력을 가하거나,

반대로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그만 하고 세상일에 투신해라."

라고 요구하는 것은 모두 옳지 않은 일입니다.

개인의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땅을 보지 않고 하늘만 본다면 그것은 현실도피이고,

하늘을 보지 않고 땅만 본다면 현세적인 기복신앙으로 변질됩니다.

 

신앙인은 세상일을 통해서 하늘의 일을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우리 가운데에 있기 때문입니다(루카 17,21).

 

송영진 모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