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론 말 씀

2014년 5월 25일 가해 부활 제6주일(청소년주일)

dariaofs 2014. 5. 25. 03:16

                                                        (요한 14.15-21(또는 17.1-11ㄴ)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제자들은 다시 일어설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그 동안 외쳐왔던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는 소리든,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소리든 하나 내뱉지 못하고 그저 골방에 틀어박혀 유다인들의 시선만 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완전히 힘을 잃어 이제는 자신들의 원래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돌아갑니다.

 

베드로와 요한 형제는 자신들의 원래 삶의 터전이었던 바닷가로 돌아가 어부 일을 계속 하게 됩니다. 그때 부활하신 예수님을 다시 뵙게 되고 힘을 얻어 다시 복음을 전하게 됩니다.

 

사실 예수님은 이런 것들이 걱정이셨습니다. 제자들이 지금까지 자기만 믿고 따라오다가 예수님이 정작 사라지셨을 때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떤 상태로 있게 될까. 그것이 걱정되셨습니다.

 

제자들도 사람이고 나약한 약점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놀이동산에 엄마 손을 붙들고 놀러갔다가 잃어버린 아이와 같은 마음. 산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밤이 되어 오도 가도 못하는 것 같은 마음. 이런 마음들이 아마도 제자들을 더 힘들게 할지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미리 걱정하지 않도록 제자들에게 이르십니다.

 

“나는 너희를 고아로 버려두지 않고 다시 오겠다.

 

두렵더라도, 혼란스럽더라도 인내하고 참으면서 때를 기다려라. 나는 반드시 너희 곁으로 오니 실망하지 말고 기다리라는 예수님의 간곡한 말씀입니다.

 

그렇지만 나약한 제자들은 예수님의 부탁과는 달리 실망하고 무너집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또 말씀하십니다.

 

 아버지께서는 다른 보호자를 너희에게 보내시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도록 하실 것이다. 보호자는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없는 무력한 사람들을 대신해서 그들을 위해서 일하는 조력자입니다.

 

세상은 그 영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러나 가장 밑바닥에서 실망과 좌절을 경험하고 간절히 원하는 것을 청할 줄 알았던 제자들은 세상에 속해 있지만 세상과는 달리 이 영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계명을 지킴으로써 완성됩니다. 계명은 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방법으로서 지키는 것이 계명이고 그 계명을 지킴으로써 사랑의 실천이 이루어집니다.

 

그것을 몸과 마음으로 체득하지 못하고 사는 신앙인은 계명이 힘들어지고 하느님의 말씀이 짐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예수님은 그런 생활을 원하지 않으십니다.

 

계명을 지키고 사랑을 실천하는 가운데 하느님 나라가 이루어지고 그런 사람들 안에서 우리는 하느님을 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안에 당신께서 계시고 그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부족한 우리 인간이지만 주님께서 주시는 은총으로 하느님을 우리 몸에 모시고 이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유영근 야고보 신부(대전교구 주교좌 대흥동 본당 보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