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1,39-45)
<요한의 기쁨>
성탄절을 이틀 앞둔 12월 23일의 복음 말씀은,
두 어머니나 세례자 요한이 아니라
메시아이신 예수님의 탄생에 초점을 맞추어서 읽어야 합니다.
마리아와 엘리사벳과 요한의 기쁨은 모두 메시아 강생에 대한 기쁨입니다.
엘리사벳의 기쁨은
처음에는 주님께서 자기에게 아기를 주신 것에 대한 기쁨이었지만(루카 1,25),
성령을 받은 다음에는
메시아께서 세상에 오신 것에 대한 기쁨으로 바뀌게 됩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루카 1,43)"
'주님의 어머니' 라는 말은
마리아 태중의 아기가 메시아라는 것을 고백하는 말이고,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방문을 기뻐하는 것은
사실상 메시아의 방문을 기뻐하는 것입니다.
엘리사벳 태중의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다는 표현도(루카 1,41.44)
메시아께서 오심을 요한이 기뻐했다는 뜻입니다.
나중에 세례자 요한은 자기 제자들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신랑 친구는 신랑의 소리를 들으려고 서 있다가,
그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 크게 기뻐한다.
내 기쁨도 그렇게 충만하다(요한 3,29)."
요한이 엘리사벳의 태 안에서 즐거워 뛰놀았다는 표현은
바로 그 기쁨을 미리 나타낸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한은 무엇이, 왜 그렇게 기뻤던 것일까?
그가 자기의 운명을 미리 알았다면 그렇게 기뻐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세례자 요한이 자기의 운명을 미리 알았다고 해도
그의 기쁨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기쁨은 사적인 것도 아니고 인간적인 것도 아니고,
메시아를 갈망하던 모든 사람의 신앙 차원의 기쁨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태어나실 때 목자들에게 나타난 천사가 이렇게 말합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루카 2,10)."
메시아의 탄생은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인데,
엘리사벳과 요한은 목자들보다 먼저 그것을 알았고, 먼저 기뻐한 것입니다.
메시아의 오심이 그렇게 큰 기쁨이라면
그 전까지는 큰 슬픔 속에 잠겨 있었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나는 슬퍼하고 울부짖으며 맨발에 알몸으로 걸어 다니고
승냥이처럼 슬피 울며 타조처럼 애처롭게 울리라(미카 1,8)."
미카서는 베들레헴에서 구세주가 태어날 것이라고 예언한 책인데,
그 예언을 말하기 전에 먼저
이스라엘이 주님으로부터 단죄 받은 것에 대한 큰 슬픔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크게 슬퍼했던 사람이 크게 기뻐하는 법입니다.
메시아를 갈망하던 사람이 메시아의 탄생을 기뻐하게 됩니다.
그러나 메시아를 모르거나 메시아에 대해서 관심이 없거나 싫어하는 사람은
메시아의 탄생을 기뻐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탄과 그 하수인들은 메시아의 탄생을 슬퍼했을 것입니다.
메시아의 탄생은 자기들의 멸망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망은 조선인들에게는 큰 기쁨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조선 사람들이 기뻐했던 것은 아닙니다.
친일파 무리들은 자기들의 부귀영화가 끝났음을 슬퍼했습니다.)
요한은 나중에 예언자로서, 또 메시아의 선구자로서
고난을 겪고 순교하게 되지만,
그런 고난과 죽음을 감수할 수 있었던 것도
메시아에 대한 큰 기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기쁨은 어떤 고난과 박해를 받아도 빼앗기지 않는 기쁨입니다.
"내가 설령 하느님께 올리는 포도주가 되어
여러분이 봉헌하는 믿음의 제물 위에 부어진다 하여도, 나는 기뻐할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와 함께 기뻐할 것입니다(필리 2,17).
이 기쁨은 세속적인 즐거움과는 차원이 다른 영적인 기쁨입니다.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루카 1,47)"
이 기쁨은 구원자 하느님의 기쁨에 동참하는(하느님과 함께 기뻐하는) 기쁨이고,
하느님께 기쁨을 드리는 기쁨입니다.
"나와 함께 기뻐해 주십시오. 잃었던 내 양을 찾았습니다(루카 15,6)."
회개한 죄인을 구원하는 일은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이니
우리의 회개는 하느님께 기쁨을 드리는 일이 됩니다.
그리고 이 기쁨은 당연히 구원을 받게 된 사람 자신의 기쁨이기도 합니다.
성탄절은 해마다 찾아오는 연례행사나 여러 명절 가운데 하나가 아닙니다.
인간이 하느님과 함께 기뻐하는 특별하고 거룩한 기쁨의 날입니다.
자신의 죄에 대해서 슬퍼하면서 대림절 기간 동안 잘 회개했다면......
~ 송영진 모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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