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2,22-40)
<봉헌>
성경에서 하느님께 최초로 제물을 바친 사람은 카인과 아벨입니다(창세 4,3).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왜 '아담과 하와'가 아니라 '카인과 아벨'일까?
성경에 없는 내용이지만 이렇게 생각해 봅니다.
아담과 하와는 자기들이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것만 생각하고
불만, 억울함, 서운함, 아쉬움... 그런 감정 속에서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또 에덴동산에서 살던 시절을 그리워하면서,
동산 밖으로 쫓겨나서 힘들게 살고 있는 자기들의 처지를
고통스러워했을지도 모릅니다.
감사하는 마음이 없고, 벌을 받고 있다고만 생각한다면,
하느님께 뭔가를 바칠 마음이 생길 수가 없습니다.
사실 아담과 하와는 에덴동산에서 살던 시절에도
하느님께 뭔가를 바친 적이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 외에는
동산의 모든 것을 아담과 하와에게 주셨는데,
아담과 하와가 달라고 청해서 주신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주신 것입니다.
(아담에게 하와를 주신 것도, 아담이 청해서 주신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판단하셔서 사랑으로 주신 것입니다.)
아담과 하와는 청하지도 않은 것을 받은 것이고,
받은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을 것이고,
아마도 에덴동산의 모든 것을 당연히 자기들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께 감사드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담은 하와를 만났을 때 하느님께 감사드리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근거는
아담과 하와가 자기들에게 주어지지 않은 유일한 열매인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까지 먹었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미 받은 것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없으니
받지 못한 것, 또는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해 욕심을 낸 것입니다.
(또는 에덴동산의 모든 것을 자기들의 것으로 생각한 나머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도 자기들의 것으로 생각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카인과 아벨은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다음에 낳은 아들들입니다.
에덴동산에서 살았던 적이 없는 카인과 아벨은
에덴동산에서의 생활과 자기들의 생활을 비교할 이유가 없었고,
먹고사는 일이 힘들어도 자기들이 벌을 받고 있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카인은 농사를 지었고, 아벨은 양 떼를 키웠는데(창세 4,2)
하느님께서는 아담과 하와를 보살펴 주신 것처럼(창세 3,21)
카인과 아벨이 하는 일도 보살펴 주셨을 것입니다.
카인과 아벨은 아담과 하와와는 달리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감사의 뜻으로 예물을 바치려고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카인은 아벨보다는 감사하는 마음이 덜했던 것 같습니다.
아벨이 '맏배들'을 바쳤다는 말은(창세 4,4) '가장 좋은 것'을 바쳤음을 암시합니다.
반대로 카인은 가장 좋은 것을 바친 것은 아닌 것이 됩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아벨의 제물만 받으시고
카인의 제물은 안 받으신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떻든 '봉헌'의 기본 정신은 '감사'입니다.
뭔가를 청하기 위해서 바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바탕에 있어야 하고,
하느님께 바치는 모든 예물은 항상 감사 예물이어야 합니다.
또 에덴동산 안에 있는 것이든 밖에 있는 것이든 모두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고 하느님의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께 뭔가를 바치는 것은
하느님의 것을 다시 하느님께 돌려드리는 것입니다.
('십일조'는 자기의 것 가운데 십분의 일을 바치는 일이 아니라,
모든 것을 다 하느님께서 주셨음을 기억하고 감사하면서,
하느님께서 주신 것 가운데 일부라도 돌려드리는 일입니다.)
어린 자녀가 부모에게서 받은 용돈을 다 쓰지 않고 모았다가
그 돈으로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준비해서 부모에게 달아드릴 때,
부모는 그 꽃을 살 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알아도, 그래도 기뻐합니다.
전 재산을 바치고 자기 목숨까지 바친다고 해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치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봉헌이 아니라 흥정이나 거래가 될 수 있습니다.
또 자기의 것을 하느님께 드린다고만 생각한다면
하느님을 모독하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마치 많이 가지고 있는 인간 쪽에서 가진 것 없는 하느님께
뭔가를 베풀어 주는 것 같은 일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삼라만상의 주님이신 하느님이시고, 모든 것의 주인이신 하느님이신데
뭐가 아쉽고 부족해서 인간에게 뭔가를 받기를 바라시겠습니까?
"내게 주신 모든 것 주의 것이오니 오직 주님 뜻대로 처리하소서.
당신 사랑 은총을 나에게 주시면 아무것도 더 바람 없으오리다."(성가 221번 2절)
"벌거벗고 세상에 태어난 몸, 알몸으로 돌아가리라.
야훼께서 주셨던 것, 야훼께서 도로 가져가시니,
다만 야훼의 이름을 찬양할지라(욥 1,21.공동번역)."
~ 송영진 모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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