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문화,과학,군복음화 860

[백형찬의 가톨릭 예술가 이야기] (14) 마해송 프란치스코 (하)

생애 마지막, 훌륭한 신앙인으로 산 검은 색안경의 문학가 서재에서 마해송 부부. 부인 박외선이 먼저 세례를 받았고 마해송은 뒤늦게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고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났다. 출처=「아버지 마해송」 명륜동의 아늑한 집 마해송(프란치스코, 馬海松, 1905~1966)은 자신이 사는 마을을 ‘코끼리 우는 마을’이라 불렀다. 명륜동에 살았는데 창경원 뒷담 밑이라 새벽이면 코끼리 우는 소리가 들렸다. 당시 창경원에는 동물원이 있었다. 마해송의 집은 터가 30평, 건평이 13평, 그리고 다섯 평쯤 되는 마당이 있었다. 마당에 박을 길렀다. 밤에 하얗게 피는 박꽃이 좋았다. 하늘에서 백로는 춤을 추고, 새들은 추녀 끝에서 노래했다. 대문 밖에서 보면 보잘것없는 집 같으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늑했다.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 Ⅱ] 갈릴레오 재판 사건 (6)갈릴레오와 교회 간의 긴장 1

“성령의 권위 훼손하는 대단히 위험한 이론” 비난받아 갈릴레이, 성경의 문자적 해석은 부적절한 근거라며 변호했지만 이단 혐의로 교황청에 피소돼 지난 편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1610년대에 자신의 고성능 망원경을 활용한 여러 관측 사실들을 발표하면서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한다는 (아직까지는 가설 수준인) 견해를 공공연히 지지했었던 갈릴레오는 당시의 신학자들이 성경을 토대로 그의 견해에 반대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전까지 지동설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던 가톨릭 신학자들은 브루노의 문제가 불거지던 1600년 즈음부터 지동설 문제에 관심 갖기 시작하면서 - 수십 년 전 루터와 멜랑히톤이 이미 그러했듯이 - 지동설이 성경 여러 곳의 표현과 맞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백형찬의 가톨릭 예술가 이야기] (13) 마해송 프란치스코 (상)

‘어린이 헌장’ 만들고 최초의 창작동화 쓴 마해송 서재에서 마해송. 갑작스러운 죽음 마해송(프란치스코, 馬海松, 1905~1966)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아들 마종기 시인은 「아버지 마해송」이란 책을 냈다. 아버지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글로 가득하다. 마해송은 갑자기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경기도 포천으로 친하게 지내던 한 군종 신부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 날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차에서 내렸을 때 동행한 친구에게 집 쪽 성당의 높은 철탑을 가리키며 웃을 뿐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다. 서점에 들러 미국에 사는 아들의 시가 실린 잡지 한 권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고 웃는데 얼굴 한쪽이 일그러졌다. 그날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이다. 장례 미사는 명동대성..

[백형찬의 가톨릭 예술가 이야기] (12)김기창 베드로 (하)

조선 풍속에 따라 그린 ‘예수의 일대기’ 서른 점 서울 성북동 자택에서 작업 중인 운보와 아내 우향. 출처=김기창 전작도록 남편에게 말을 가르친 아내 운보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다. 운보의 눈과 귀가 되어 인생길을 함께 걸은 동반자였다. 아내를 잃고는 무척 괴로워했다. 우향을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어느 가을날 오후였다. 운보가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섰다. 그러자 젊은 여인과 마주쳤다. 운보는 그 여인의 멋과 아름다움에 놀랐다. 우향 역시 놀랐다. 우향은 운보를 처음 본 순간을 이렇게 기억했다. “내 앞에는 거대한 검은 바윗덩어리 마냥 시커먼 체구가 버티고 있어 그것에 부딪쳤다. 엉겁결에 뒤로 물러서면서 그 시커먼 바윗덩어리를 바라보는 순간, 나는 또 놀라고 말았다.” 또 놀란 이유는 운보를 칠십 ..

(43)숲길 걷기는 우리 몸과 마음에 어떻게 좋을까?

숲길 산책이 몸과 마음에 미치는 영향 내가 사는 동네에는 구룡산이란 뒷산이 있어 출퇴근을 숲길로 하는 호사를 누리며 살았다. 집에서 나와 내 연구실까지 약 40분이면 도착하는데 거리도 적당할뿐더러 숲길의 경사 높낮이가 다양해서 운동 효과도 좋다. 출근과 퇴근을 이 숲길을 따라 하고 나면 따로 시간을 내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하다. 만일 실내에서 운동기구를 가지고 40분을 걷는다면 지루하고 억지로 해야 하는 운동일 텐데 숲길 걷기는 그 자체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운동에 몰입하게 된다. 최근 호주에서 발표된 운동 강도와 그 효과에 관한 연구 결과를 보면 숲 걷기가 얼마나 운동 효과가 큰지 알 수 있다. 강도 높은 운동을 장시간 계속하는 것보다 중간마다 강약을 조절하면서 하는 운동이 효과 면에서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 Ⅱ] 갈릴레오 재판 사건 (5)갈릴레오의 천문학적 발견들

직접 만든 고성능 망원경으로 ‘이중적 공전 운동’ 최초 관측 금성의 위상 변화 관측하면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신뢰 교회에 지동설 공론화 계기 마련 이탈리아 피렌체 갈릴레오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갈릴레오의 망원경.CNS 자료사진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그 자체로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과 비교해서 더 정확한 천문학적 모델이라 말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가톨릭교회 안에서 사제이면서 동시에 수학자, 천문학자로서 활동했던 여러 저명한 인물들, 특히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그레고리오력을 만든 장본인인 크리스토퍼 클라비우스(Christopher Clavius·1538?~1612)의 경우에는 당시 교회의 입장을 따라서 아리스토텔레스/프톨레마이오스의 천문학을 지지했으며..

[백형찬의 가톨릭 예술가 이야기] (11)김기창 베드로 (상)

청각 장애를 딛고 선 천재 화가, 운보 김기창 작업 중인 운보. 출처=김기창 전작도록 나의 서재에는 총 다섯 권으로 이루어진 운보 김기창 전작 도록이 있다. 내가 귀하게 여기는 책이다. 김기창(金基昶, 베드로, 1913~2001)의 팔순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전집이라 규모가 굉장하다. 운보의 모든 작품이 들어있다. 그림뿐만 아니라 자신이 쓴 수필을 비롯해 신문잡지에 난 기사와 평론까지 들어있다. 그 커다란 책을 펼치면 나의 귀에는 음악이 흐른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주제곡이다. 존 베리가 작곡한 아름다운 곡이다. 이어서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도 흐른다. 기차는 아프리카 대륙을 가로질러 달린다. 전작 도록은 운보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고 달리는 기차와 같아 영화 장면과 오버랩된다. 나는 김기창..

[신원섭의 나무와 숲 이야기] (42) 봄을 알리는 산수유와 생강나무

봄의 전령사, 두 가지 노란 꽃 산수유 꽃. 출처=pixabay 아침 출근길에 길가에 심어진 나무에서 노란색의 꽃이 반긴다. 산수유꽃이다. 산수유는 잎도 나기 전에 벌써 꽃을 피운다. 산수유는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나무인데, 개나리나 벚나무도 이 산수유를 따라가지 못할 만큼 부지런하다. 그래서 산수유가 피면 이제 꽃샘추위도 어느 정도 물러서고 두꺼운 외투를 정리할 때가 됐음을 알 수 있다. 산수유(山茱萸)는 한자로 산에 사는 붉은 열매의 나무란 뜻이다. 이 붉은 열매는 처음엔 녹색이었다가 익을 무렵인 8월 이후에 붉은색으로 변한다. 이 붉은 열매는 10월 중순에서 11월 상순경에 수확하는데 그 속에 들어있는 씨앗을 빼내고 술을 담거나 말려서 차의 원료로 쓰고 한약재로도 쓴다. 3~4일 건조하면 반건 상..

[백형찬의 가톨릭 예술가 이야기] (11)장우성 요셉 (하)

무수한 위인 초상화 남긴 한국 화단의 거목 비에 엉망이 된 그림 장우성은 자신의 생애에서 가장 기뻤던 때를 든다면 ‘선전’에서 연속적으로 네 번 특선하고 추천작가가 되었을 때라고 했다. 당시 민족적 색채가 짙었던 순수미술단체인 서화협회가 있었다. 서화협회는 고희동, 안중식, 오세창 등이 주축이 되었다. 일제는 서화협회를 흡수하기 위해 ‘선전’을 만들었다. 서화협회 회원들은 ‘선전’ 참가를 거부했다. 장우성도 서화협회 회원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선전’에 대한 민족 감정도 흐려졌다. 장우성은 '선전'에 작품을 출품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앞서 설명한 대로 네 번 연속 특선하고 추천 작가가 되었다. 특선은 일석, 이석, 삼석으로 구분했는데 일석은 ‘창덕궁상’, 이석은 ‘총독상’, 삼석은 ‘정무총감상’으로 ..

[신원섭의 나무와 숲 이야기] (41) 봄 숲은 희망이다

봄 숲이 가진 회복력 ‘봄’이란 단어는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래서 봄은 현실의 어려움을 버티는 희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봄을 언제부터라고 생각할까? 절기상 입춘은 찬바람이 가득해 봄을 느끼기엔 아직 이르고 아마 3월이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봄이라고 생각하고 부활절쯤 되면 봄이 무르익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한다. 숲에도 봄이 오면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봄의 숲은 ‘생명’, ‘희망’이 넘쳐나 우리에게 기쁨과 탄성을 주는 동시에 경외와 겸손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또한, 생명의 존귀와 삶에 대한 희망을 배울 수 있다. 봄의 나무와 숲은 생명의 역동을, 그리고 생명의 신비함을 눈으로 직접 보게 해준다. 봄의 나무와 숲을 보면 그 색이 오전과 오후가 다르고, 또 오늘과 내일이 다르다.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