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문화,과학,군복음화 860

[백형찬의 가톨릭 예술가 이야기] (31) 박경리 데레사 (상)

자연을 노래하고 인간을 사랑한 문학계의 프란치스코, 박경리 지병이 있었지만 글쓰는 것은 소풍 박경리(데레사, 朴景利, 1926~2008)는 병에 대해 무감각했다. ‘인명재천(人命在天)’이라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 체하면 바늘로 손톱 밑을 찔러 피를 냈고, 감기 들면 뜰 안을 왔다 갔다 했다. 상처 나면 소독하고 밴드를 붙였다. 병원에 가기가 싫어 약도 안 먹었다. 박경리는 목숨에 연연하지 않았다. 원래 먹어야 하는 약이 많은데 모두 거부하고 오직 혈압약만 먹었다. 한 인터뷰에서 “살아보겠다고 날마다 약 먹고 병원 가고 하는 거, 내 생명을 저울질하며 사는 거 같아서 싫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토지」를 쓰기 시작하자 유방암에 걸렸다. 3시간에 걸쳐 수술했다. 그러고는 보름 만에 퇴원했다. 퇴원한 날..

[백형찬의 가톨릭 예술가 이야기] (30) 윤정희 데레사 (하)

이전에도 이후에도 윤정희만한 배우는 없다 프랑스 북부 해변 도시에서 윤정희 배우. 한국의 ‘오드리 헵번’ 윤정희(데레사, 尹靜姬, 1944~2023)는 리즈 시절에 ‘한국의 오드리 헵번’이라 불렸다. 윤정희는 외국영화에 단 한 번도 출연한 적이 없다. 외국영화사에서 일본인 또는 중국인 역을 맡아달라는 제의가 있었는데 모두 거절했다. 이유는 연기자는 자신이 맡은 역에 철저히 책임을 져야 하는데 문화가 다른 외국인 역을 맡으면 그 역을 철저히 해낼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연기자의 역할에 대해서 고지식했다. 윤정희 부부가 에펠탑 근처 샤요궁 현대미술관에 전시를 보러 갔다가 우연히 프랑스 배우 알렌 퀴니를 만났다. 그는 당시 프랑스의 최고 남자 배우였다. 그 배우는 전혀 모르는 윤정희를 발견하고는 다가와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 Ⅱ] 갈릴레오 재판 사건 (14·끝)갈릴레오 사건에 관한 필자의 견해

당시 교회는 권위 앞세웠고, 갈릴레오는 주장 증명하지 못했다 교회는 그동안 과학 발전에 공헌 비과학적·비이성적이란 건 오해 바로잡기 위한 노력 절실한 시점 2018년 9월 28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학 연구 기관 중 하나인 이탈리아 카스텔 간돌포의 바티칸 천체관측국에서 예수회 밥 맥케 수사가 천체망원경을 보고 있다. 교회는 결코 과학에 무지하지 않으며, 지난 역사 동안 과학 발전에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CNS 자료사진 지금까지 갈릴레오 사건에 관한 역사적 배경과 사건 자체의 연대기적 흐름, 그리고 그 사건에 대한 해석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갈릴레오 사건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고 있듯이 ‘교회가 한 과학자의 과학적 견해를 권위로 억눌러 박해한 사건’이라는 식으로 단순하게 이해하기..

[백형찬의 가톨릭 예술가 이야기] (29) 윤정희 데레사 (상)

은막의 스타 윤정희, 가톨릭 영화에서 빛나다 하느님의 은총… 한센병 환자 돕는 일 나서 윤정희(데레사, 尹靜姬, 1944~2023)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녀가 가톨릭 신자가 된 것은 중학생 때였다. 그녀의 집안은 할아버지 때부터 독실한 가톨릭 신자 집안이었다. 그래서 본당에서 레지오 마리애 활동도 열심히 했다.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요셉마리)도 신자이며 딸도 세례를 받았다. 윤정희는 자신의 데뷔작 ‘청춘극장’의 ‘1200 대 1’ 오디션을 뚫은 비결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된 것 같다”고 했다. 오디션을 보기 전에 명동대성당 주임 신부를 찾아갔다. 윤정희가 물었다. “영화배우를 해도 될까요?” 신부가 대답했다. “네가 부끄럽지 않은 자랑스러운 배우가 된다면.” 이 말은 윤정희..

[백형찬의 가톨릭 예술가 이야기] (28) 정채봉 프란치스코 (하)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해준 ‘맑은 영혼’ 하느님께 돌아가다 정채봉 작가가 김수환 추기경의 고향인 대구시 군위를 찾아 김 추기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출처=「김수환」 정채봉(프란치스코, 丁埰琫, 1946~2001)은 전남 승주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일본으로 가 소식을 끊었다. 할머니는 어린 오누이를 힘들게 키웠다. 홀로 농사를 지었고, 읍내에서 풀빵 장사와 국수 장사도 했다. 그런 할머니는 정채봉이 군에서 제대하자 세상을 떠났다. 손자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날, 할머니에게 간절히 말했다. “할머니, 내가 은혜를 갚을 수 있게 조금만 더 살아요.” 그런 손자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정채봉은 소년 시절에 늘 혼자였다. 내성적인 성..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 Ⅱ] 갈릴레오 재판 사건 (13)반실재론자들에 의한 갈릴레오 사건의 새로운 해석②

“실재론과 반실재론의 갈등 처음으로 수면 위에 드러난 사건” 반실재론자가 본 갈릴레오는 지동설 반대되는 증거 많음에도 코페르니쿠스 이론 받아들인 것 교회 관점이 더 합리적이라 주장 이탈리아 피렌체 산타 크로체 성당에 있는 갈릴레오의 무덤. 갈릴레오 사건은 교회 권력이 선량한 과학자를 박해한 사건이 아니라, 교회와 과학자 간 관점의 차이에 의해 생긴 일이라는 주장이 있다.출처 위키미디어커먼스 그렇다면 실재론자들과 반실재론자들은 갈릴레오 사건에 대해 각기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실재론자들은 전반적으로 갈릴레오가 (소박한) 실재론자였기 때문에 그를 옹호하면서 당시 교회의 과학적 무지를 비판하는 입장에 있습니다. 하지만, 반실재론자들의 입장은 이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단적으로, 20세기 후반에 활동한 손꼽히..

[백형찬의 가톨릭 예술가 이야기] (27) 정채봉 프란치스코 (상)

‘성인의 영혼이 깃든’ 동화작가 정채봉 ‘한국의 안데르센’이라 불리는 정채봉 작가는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담은 글을 신문에 연재했으며,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담은 글을 쓰기도 했다. “그이와 난 닮은 점이 참 많다. 어려서 엄마와 아버지를 잃은 것이 같고 글을 써서 평생을 살았다는 것이 또한 같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사랑스런 딸이 있어 행복했다는 것이 똑같은 축복일 것이다. 그 역시 나처럼 좋은 점이 있다면 엄마한테 받은 것이요, 많은 결점은 엄마를 일찍이 잃어버려 그의 사랑 속에서 자라나지 못한 때문일 것이다.”(피천득) “그날 병실을 나오면서 나는 그를 안아 주었다.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이것이 이 생에서 우리 사이에 마지막 하직 인사가 된 셈이다. 산으로 돌아오..

[백형찬의 가톨릭 예술가 이야기] (26) 최인호 베드로 (하)

‘고통의 축제’에도 기도하며 끝까지 펜을 놓지 않았다 최인호(베드로, 崔仁浩, 1945~2013)는 「깊고 푸른 밤」으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자신의 문학관을 담아 수상 소감을 발표했다. 종교는 율법을 지키기 위해 순교도 필요하고, 희생도 필요하다고 했다. 문학은 인간의 존재를 새롭게 자각시키는 또 다른 종교와 같은데, 다만 문학이 종교와 다른 점이 있다면 천국과 지옥을 내세에서 구하지 않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상에서 찾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렇듯 최인호는 문학을 종교로 보았다. 그 후로 조선 상인의 삶을 그린 「상도」가 MBC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었고, 신라 장군 장보고의 일대기를 다룬 「해신」이 KBS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또 「사랑의 기쁨」으로 가톨릭문학상을, 「몽유도원도」로 현대불교문학상..

군종 최고참 현광섭(춘천교구) 신부, 9월 전역 예정

군종 사제로 27년 “감사할 따름” 군 소명 의식 강조 그리운 임관 동기 신부들. 현광섭 신부는 1997년부터 임관해 사제 생활 대부분을 군에서 보냈다. 현광섭 신부 제공 군종교구 최고참 사제인 현광섭 신부(육군 대령)가 오는 9월 30일 전역한다. 법적으로 보장된 휴가일 등을 빼면 실제 군 생활은 사실상 7월 초에 끝난다. 1993년 8월 사제품을 받아 올해로 서품 30년째. 1997년 군종 사제로 임관됐으니, 사제생활 대부분을 온전히 군에서 지냈다. 햇수로 27년에 이른다. 역대 군종 사제 중 현 신부보다 오래 군 생활을 한 사제는 1981~2009년 28년간 복무한 청주교구 고 유병조(2015년 선종) 신부뿐이다. 현재 마지막 임지로 지상작전사령부를 관장하는 선봉대본당 주임으로 사목 중인 현 신부는..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 Ⅱ] 갈릴레오 재판 사건 (12)반실재론자들에 의한 갈릴레오 사건의 새로운 해석①

지동설을 ‘가설로’ 받아들일 것인가, ‘사실로’ 믿을 것인가 과학 이론에 따라 옳다는 ‘실재론’ 이론은 가설일 뿐이라는 ‘반실재론’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08년 10월 31일 바티칸에서 열린 과학자들과의 회의에서 스티븐 호킹 박사를 축복하고 있다. 호킹 박사는 자신의 반실재론적 견해를 여러 차례 공공연하게 밝힌 바 있다.CNS 자료사진 우리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갈릴레오 사건에 대한 전통적인 역사적 해석은 “한 명의 과학자에 대한 교회의 몰이해로 인한 과도한 권력 행사”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와서 “과학이란 무엇인가?”를 철학적으로 묻고 탐구하는 새로운 철학 분과인 과학철학이 발전해 가면서 갈릴레오 사건에 대한 해석이 이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게 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