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가톨릭 성지 267

[김광현 교수의 성당 건축 이야기] 9. 클리프턴 대성당의 ‘능동적 참여’ 설계

공의회의 새 지침, ‘능동적 참여’의 본뜻 구현하다 클리프턴 대성당 내부 출처=Phil Boorman 영국 브리스톨에 있는 클리프턴 대성당(Clifton Cathedral)은 우리가 별로 듣지 못하는 성당이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새 지침에 따라 ‘최초’로 지어진 영국 대성당이다. 1965년과 1966년 사이에 설계되어 1973년에 완성되었다. 노출 콘크리트 건물을 많이 지었던 1960년대의 성당이라, 내부는 온통 노출 콘크리트 구조여서 얼핏 냉정하게 보이고, 회중석에 배열된 개인 의자도 낯설게 보인다. 콘크리트로 만든 강론 그런데 이 성당은 이렇게 평가되고 있다. “클리프턴 대성당에 나타난 물질과 공간의 통합은 어떤 시대의 대성당도 이루지 못한 것이다.” “클리프턴 대성당은 놀라운 평온함과 ..

[김광현 교수의 성당 건축 이야기] 8. 루돌프 슈바르츠의 ‘그리스도의 몸 성당’

거룩한 비움 속에 드러나는 그리스도의 현존 ▲ 그리스도의 몸 성당 내부, 아헨. 출처=Klaus Kinold ▲ 그리스도의 몸 성당 포털. 출처=Wikimedia Commons 아헨에 있는 ‘그리스도의 몸 성당(Fronleich-namskirche, Corpus Christi Church, 1930년)’. ‘Fron’는 ‘주님’, Leichnam은 ‘몸’이라는 뜻으로, 20세기 최고의 교회 건축가 루돌프 슈바르츠(Rudolf Schwarz)가 설계한 첫 번째 성당이다. 이 건물은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기하학적 입체의 내부를 온통 새하얗게 지은 성당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런 까닭에 지어진 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이 건물을 가장 근대적인 근대건축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성당이 어디 있나요? 유명하다고..

[김광현 교수의 성당 건축 이야기] 7. 과르디니 신부와 건축가 슈바르츠

전례에 성스러운 풍요를 담아주는 공간 ▲ 루돌프 슈바르츠, 로텐펠스 성 소성당, 1928년. 출처=Wikimedia Commons ▲ 루돌프 슈바르츠, 로텐펠스 성 기사 홀, 1928년. 출처=szakralis 성당의 공간이 전례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쉽고도 깊게 말해 주는 중요한 책이 있다. 그것은 로마노 과르디니(Romano Guardini, 1885~1968) 신부의 「미사, 제대로 드리기」와 「거룩한 표징」이다. 로마노 과르디니는 신학자이자 전례학자며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가톨릭 지성인 중 한 사람이다. 거룩한 식탁 그런 그가 ‘왜 성당이라는 지정된 곳에서 하느님을 뵈어야 하는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은 사람의 집 안에도 체험할 수 있고 대자연과 꽃을 통해서도 체험할 수 있다. 그러..

[김광현 교수의 성당 건축 이야기] (6)성 엥겔베르트 성당

성당 공간 전체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에 초점 ▲ 성 엥겔베르트 성당. 출처=Achim Bednorz ▲ 성 엥겔베르트 성당 내부. 출처=Daniela Christmann 중심형 평면에 독립한 제대를 둔 성당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 새롭게 나타난 것이 아니다. 1920년대부터 제안되었다. 그때부터 신자들이 제대 주변에 모여 더 적극적으로 미사에 참여할 수 있게 성당의 평면을 원형으로 만들자는 의견이 전례 개혁의 지지자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원형과 같은 중심형 성당은 신성한 완전성을 나타내고, 이로써 신자들이 평등했던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로 회귀한다고 여겨졌다. 시대를 앞서간 교회 건축가 이때 철근 콘크리트로 새로운 근대의 성당을 앞서 계획한 대표적인 교회 건축가 도미니쿠스 뵘(Dominik..

[김광현 교수의 성당 건축 이야기] (5)‘그리스도 중심’ 성당

그리스도 중심의 근대 성당 등장 ▲ 성 십자가 성당 내부, 글라트벡, 1914년. 출처=Deutsches Liturgisches Institut ▲ 성 십자가 성당, 글라트벡, 1914년. 출처=Deutsches Liturgisches Institut 지금부터 100년 전 20세기 초에 시대가 급변하고 있을 때, 처음으로 “오늘을 사는 우리의” 성당을 어떻게 지어야 하는가를 질문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독일의 사제 요하네스 판 아켄 신부(Johannes van Acken, 1879~1937)였다. 근대 성당을 말할 때 반드시 알고 기억해야 하는 사제다. 새로운 전례에 맞는 성당 건축 문제는 철근 콘크리트라는 새로운 구조 재료였다. 철근 콘크리트는 근대 사회의 거의 모든 건물을 짓는 주요 재료가 되어 이전..

[김광현 교수의 성당 건축 이야기] 4. ‘능동적 참여’와 성당 건축

성당 중심에 제대 두었다고 ‘능동적 참여’ 건축일까 ▲ 공의회 기념 성당(Konzilsgedachtniskirche), 빈, 오스트리아, 1968년. 출처=Jamie McGregor Smith ▲ 부활 성당(Osterkirche), 오버바르트, 오스트리아, 1969년. 출처=Jamie McGregor Smith ▲ 리버풀 메트로폴리탄 대성당, 리버풀, 영국, 1967년. 출처=Catholic Church England and Wales ▲ 성 니콜라스 성당(Eglise Saint-Nicolas, Heremence), 이리몽스, 스위스, 1971년. 출처=Val d'Herens 미사가 거행되는 동안 주례 사제는 제단에서 신자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신비한 언어로 혼자 말하고 있었고, 성가도 성직자와 전문 성가..

[김광현 교수의 성당 건축 이야기] 3. ‘하느님의 집’과 ‘하느님 백성의 집’

‘하느님의 집’과 ‘하느님 백성의 집’은 나뉠 수 없다 ▲ ‘하느님의 집’과 ‘하느님 백성의 집’은 나뉠 수 없다. ‘성녀 데레사 성당’, 린츠, 오스트리아, 루돌프 슈바르츠 설계, 1962년. 출처=Jamie McGregor Smith 성당은 ‘하느님의 집(domus Dei)’이다. 영어로는 ‘the house of God’이다. 이는 성경에 나오는 말로서 성당의 본질이 담겨 있다. 그런데 ‘하느님 백성의 집(the house of God’s people)’이라는 또 다른 표현이 있다. 이 말은 ‘도무스 에클레시에(domus ecclesiae)’라는 말에서 나왔다. 누구를 위한 집인가 교회를 그리스어로 에클레시아(Ecclesia)라 한다. ‘불러 모음’, 곧 하느님 앞에 모인 선택된 하느님 백성들의 집..

[김광현 교수의 성당 건축 이야기] 2. 성당은 읽히기 위해 지어진다

성당, 예수 그리스도를 전례로 상징하고 표현하는 건축 ▲ 로마의 4대 대성전 가운데 교회의 수위권을 드러내는 수위 대성전인 라테라노 대성전(Basilica di San Giovanni in Laterano) 내부. 가톨릭교회의 수없이 많은 뛰어난 성당은 풍부하고 미묘한 육화 원리를 물질의 ‘언어’로 표현해 왔다. 출처=ITALYscapes ▲ 삼위일체 성당 외관(사진 위)과 내부, 1976년, 빈, 오스트리아. 출처=Wikimedia Commons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 가톨릭교회의 근본인 육화의 원리(incarnational principle)다. 하느님께서는 건축 등의 물질을 통해 당신의 뜻이 정확하게 표현되기를 기뻐하신다. 이로써 교회는 십수 세기를 거쳐 작은..

[김광현 교수의 성당 건축 이야기] 1. ‘하느님의 집’ 원형은 야곱의 사다리

야곱의 사다리는 ‘하느님의 집’인 성당의 공간적 원형 ▲ 영국의 바스대수도원 성당. 정면 좌우에는 천사들이 사다리를 타고 천국과 땅을 열심히 오르내리고 있다. 날개가 있는데도 기어서 오르내린다. 사진=Sat Nav and Cider 성당 건축은 알아도 되고 몰라도 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신자는 반드시, 그것도 잘 알아야 한다. 그러니 성당이라는 건물을 공부하자. 그러면 성당 건축 공부를 어디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옳을까? 흔히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 양식의 성당을 자세히 둘러보는 것이 성당 건축 공부의 전부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성당의 본질은 그런 건축 양식에 있는 게 아니다. 하느님께서는 아주 오래전에 성당 건축의 원형을 보여주셨다. 이것이 초기 그리스도교 성당이든 비잔틴 성당이든, 아니면 ..

[고영심의 부온 프란조!] (29·끝)Arrivederci(Good bye, Au revoir) Roma(아리베데르치 로마, 안녕 로마)!

동전 닮은 둥글고 납작한 렌틸 음식 먹으며 행복한 새해 기원 ▲ 새해 맞이 로마의 불꽃놀이. 멀리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전, 맨앞에는 천사의 다리가 보인다. ▲ 로마의 원형경기장 콜로세움을 배경으로 한 불꽃놀이가 무척이나 아름답다. 지난해, 2021년 성탄 시기에 나의 스튜디오 ‘디 모니카’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행복해했던 중년 부부 모임이 있었다. 1년 뒤 2022년 성탄 식사를 예약했던 그분들이 엊그제 다시 다녀갔다. 우리는 서로 건강하게 다시 만나게 되었음을 진심으로 반가워했고 한 해의 마지막과 새해에도 건강과 안녕을 기원했다. 나이의 고하를 막론하고 우리네 삶이 워낙 변수가 많다 보니, 1년 만에 예전처럼 그 모습 그대로인 것은 축복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들은 시간에 대한 존중과 식재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