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앙 돋 보 기 895

[예수 그리스도와 복음의 인격 그리고 프란치스칸 영성] 4. 역사·시대적 배경<2>

산 다미아노 십자가, 프란치스코에게 말을 걸다 ▲ 산 다미아노 십자가 앞에서 기도하는 프란치스코 성인을 그린 프레스코 작품. 아시시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 소장. 전쟁에 나가던 도중 집으로 도망쳐 온 꼴이 된 프란치스코는 아버지와 친구들로부터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의 이상은 산산이 부수어졌고, 그의 미래는 흐릿해졌다. 프란치스코의 이런 난감한 상황을 극복하게 해주려고 아버지 피에트로는 프란치스코로 하여금 자신의 포목 가게를 도와 일을 하게 하면서 돈 버는 일에 집중하게 하였다. 이것이 아버지에게는 프란치스코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라앉게 해줄 손쉬운 방법이었을지는 몰라도, 프란치스코에게는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답답하고 힘든 상황 속에서 프란치스코는 장사에 집중하기보다는 가게 안에서 문을 닫아걸고..

신 앙 돋 보 기 2020.08.11

[예수 그리스도와 복음의 인격 그리고 프란치스칸 영성] 3. 역사·시대적 배경

시민전쟁 포로가 된 프란치스코, 기사를 꿈꾸다 ▲ 아시시 성의 망루 로카 마죠레에서 내려다 본 아시시와 움브리아 평원. 프란치스코의 영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당시의 역사와 시대적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앞서 간략하게 비트리의 야고보의 증언을 나누었긴 했지만 조금 더 자세하게 그 당시의 역사-시대적 배경을 살펴보겠다. 아시시 아시시는 아직도 전형적인 중세 도시로 제시된다. 이곳은 이탈리아의 중부 내륙에 위치한 움브리아 계곡 위에 솟아올라 있는 곳이다. 이곳은 비교적 작은 지역으로서 그 넓이가 8456㎢밖에 되지 않는다. 이곳은 또한 이탈리아 반도의 중앙 아펜닌노 지역에 위치하며 산들과 언덕들 그리고 삼림으로 우거진 것이 특징이다. 이 지역의 약 6%만이 평원일 뿐이다. 아시시는 해발 424m에 ..

신 앙 돋 보 기 2020.08.05

[예수 그리스도와 복음의 인격 그리고 프란치스칸 영성] 2. 바라봄의 영성

“그분을 응시하고 깊이 생각하고 관상하십시오” ▲ 이시도로 아레돈도, ‘성광을 든 클라라 성녀’, 캔버스에 유화, 1693, 프라도미술관, 스페인 프란치스코는 성체성사에 대한 중요성을 매우 강조한 사람이다. 프란치스코가 이렇게 성체성사로 시선을 돌리고자 했던 이유는 그가 성체성사 안의 하느님 현존을 참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는 그리스도를 보기를 원하고 온전히 믿기를 원했지만, 그분은 보이지 않고 그분을 본다는 것이 그에게는 너무나 힘든 일이었을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프란치스코가 성체성사로 시선을 돌렸던 이유는 이런 고뇌와 힘든 투쟁 가운데였을 가능성이 크다. ‘보는 것’의 화두를 품은 성녀 클라라 어쩌면 클라라는 프란치스코 성인보다 ‘보는 것’의 화두를 더 강하게 ..

신 앙 돋 보 기 2020.07.28

[예수 그리스도와 복음의 인격 그리고 프란치스칸 영성] 1. 또 다른 그리스도 - 프란치스코 성인과 클라라 성녀

성 프란치스코, 빛이신 하느님을 세상에 드러내신 분 ▲ 지오토, 프란치스코 성인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클라라 성녀, 프레스코화, 아시시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 이탈리아. 가난이 곧 성덕이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가난하게 되신”(2코린 8,9) 그리스도를 따르며 예수님께 우리 자신을 동화시키는 것이다. 이 가난을 통해 행복의 자비를 입고 평화를 누린 이가 바로 프란치스코 성인이다. 이번 호부터 가난보다 부귀에, 헌신보다 명예에, 희생보다 개인주의에 빠져 있는 현대인에게 삶의 경종을 울려줄 프란치스코 성인과 그의 제자들의 삶을 알아본다.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호명환 신부가 ‘예수 그리스도와 복음의 인격 그리고 프란치스칸 영성’을 제목으로 현대 세계와 교회의 복음적 징표로 다시 떠오르고 있는 프란치스코 성..

신 앙 돋 보 기 2020.07.17

[토마스 머튼의 영성 배우기] <52·끝> 토마스 머튼의 종교간 대화 ④- “관상은 종교 간 대화의 미래다”

“오, 하느님! 우리는 당신과 하나입니다” ▲ 그림=하삼두 스테파노 1968년 태국의 방콕에서 개최된 아시아와 서구 수도승 간의 첫 번째 회의에서 토마스 머튼은 비공식적으로 그러나 확신에 찬 선언을 하였는데, 이 선언을 통해 그의 사상과 영성, 종교 간 대화에 대한 결론을 맺고자 한다. 당시 아무도 머튼 자신을 포함해 이 회의가 그에게 있어 마지막 회의가 될지 알지 못했다. 뜻밖의 죽음 바로 전날 밤, 머튼은 존 모핏트(John Moffitt)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禪)과 그리스도교는 미래다.” 선(禪), 문화와 종교와 형태 초월한 의식 확신 속에서 한 그의 이 선언은 많은 질문을 갖게 한다. 그가 아시아 순례에서 티베트 불교에 진정으로 감동하였음에도 그리스도교의 관상적 수도승이 왜 선(禪)에 대해 ..

신 앙 돋 보 기 2020.07.15

[토마스 머튼의 영성 배우기] 51. 토마스 머튼의 종교간 대화 ③- 수도승적 관상 대화

관상적 대화 통해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 회복 ▲ 그림=하삼두 스테파노 2014년 11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든 축성된 이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수도승 간의 대화 개발 필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격려했다. “수도 생활과 종교적 형제애의 다른 표현들의 현상은 모든 위대한 종교 안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가톨릭교회와 위대한 다른 종교 전통이 수도승 간 대화에 다년간 지속적으로 참여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저는 축성된 이들이 수도승 간 대화에 깨어 있고, 더 위대한 상호 이해와 인간 삶에 대한 봉사의 영역에서 위대한 협력을 향해 나아가는 기회를 얻기를 바랍니다.” 수도승을 향한 이러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는 토마스 머튼의 수도승적 종교 간 대화의 유산이다. 세상의 위대한 종교들은 대부분..

신 앙 돋 보 기 2020.07.09

[토마스 머튼의 영성 배우기] 50. 토마스 머튼의 종교간 대화 ② - 자기 변형과 우정 관계

이교도였던 불자, 친구요 영적인 형제들로 바뀌다 ▲ 그림=하삼두 스테파노 과거에는 종교들이 자신의 종교에 고립되어 존재해 온 반면, 오늘날 종교들 사이의 분위기는 상당히 달라졌다. 종교에 따라 어떤 종교와는 극도의 대립된 관계를 갖는가하면 또 다른 종교와는 대화나 협력을 통해 우정 관계를 맺어 상호 관련성 안에서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존한다. 예를 들어 2015년 6월 24일 불교와 그리스도교 지도자들의 모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기-변형 기초로 우정 관계 형성 “이 만남은 형제애, 대화와 우정 관계의 방문이며 매우 좋습니다. 이것은 유익합니다. 그리고 전쟁과 증오로 상처받은 이러한 순간에 함께하고자 하는 이 작은 운동은 평화와 형제애의 씨앗입니다.” 티벳 불교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

신 앙 돋 보 기 2020.07.02

[토마스 머튼의 영성 배우기] 49. 토마스 머튼의 종교간 대화 ①

“하느님의 영은 모든 종교적 시스템을 초월한다” ▲ 그림=하삼두 스테파노 필자가 토마스 머튼에 대해 공부하면서 가장 놀랍고 흥미로웠던 것은, 그가 처음부터 관상에 대한 새로운 영성, 혹은 종교 간의 대화에 관심을 가진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머튼의 영성 변화와 성장은 그가 초기에 기록한 글과 후기에 기록한 글들을 비교해 보면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다. 이것은 그가 자신의 삶의 전체적인 여정을 통해 하느님과 인간, 세상과 다른 종교들에 대해 새로운 견해를 얻게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그의 초기 작품에서 머튼은 가톨릭의 전통적인 관상에 대한 가르침에 충실한 수도승으로서 다소 우월적인 입장에서 관상에 대해 미숙하게 묘사하는 경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후기 작품에는 그의 초기 생각을 수정해 ..

신 앙 돋 보 기 2020.06.26

[토마스 머튼의 영성 배우기] 48. 토마스 머튼의 초연함

“영적 집착은 무절제한 욕망과 다를 것 없다” 우리 삶에서 마주하는 시련이나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의 원인 중에 하나는 ‘집착’이다. 집착은 물건, 재물, 건강, 능력, 자리, 사람 등에 대한 외적인 것에서부터, 과거 기억, 칭찬, 실수, 미운 사람 등에 대한 심리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무엇보다 자아에 대한 집착은 ‘오직 그것만’을 바라보게 해 그것에 묶이게 만들어 우리를 외적, 내적, 영적으로 고착되게 한다. 이러한 집착의 반대 개념은 ‘초연함’이다. 머튼은 “초연함은 도달하기 힘들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한 영성”이라고 강조했다. 근본적으로 초연함은 ‘분리’를 뜻한다. 영적 여정에서 초연함은 창조물로부터 자기 자신을 분리하는 것인데, 이는 자신이 창조된 목적과 자신의 최종 행복을 오직 ..

신 앙 돋 보 기 2020.06.19

[토마스 머튼의 영성 배우기] 47. 머튼의 마리아 영성 ②

“저의 삶은 빛에 의해 유리와 같이 사라짐입니다” 지난 호에서 성모님은 ‘주님의 종’으로서 토마스 머튼에게 관상의 모델이 되셨다는 설명을 하였다. 이번 호에서는 ‘성모님의 순종과 말씀의 오심’, ‘주님과의 일치: 창문의 비유’를 통해 관상의 모델이 되신 머튼의 성모 영성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룬 다음, 우리가 머튼의 마리아 영성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성모님의 순종과 말씀의 오심 성모 마리아는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전해진 하느님의 말씀에 “왜”라고 하지 않고 “예”라고 응답하셨다. 이 성모님의 “예”라는 순종의 응답을 통해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오셨다. 성모님은 ‘말씀’이신 아드님과 태중에서부터 십자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긴 기다림 속에서 함께 하셨다. 관상은 ‘..

신 앙 돋 보 기 2020.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