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경 자 료 실 1223

[엉클죠의 바티칸산책] (48) 세기의 공연 기대했으나

바티칸에서 남북이 태권도 합동공연을 했더라면… ▲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8년 5월 30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일반 알현을 하는 도중에 한국태권도시범단의 공연을 관람하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책상 서랍을 정리하면서 귀중한 자료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북한태권도시범공연단의 선수 명단과 얼굴 사진입니다. 남녀 선수들 모두 얼마나 잘 생겼고 예쁜지, 지금 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남북한태권도시범공연단이 2018년 5월 30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지켜보시는 가운데 사이좋게 합동으로 태권도 시범 공연을 열기로 했었거든요. ‘태권도 월드컵’이라 할 수 있는 태권도 그랑프리 선수권 대회가 6월 1일 로마에서 개막될 예정이어서 이 행사 직전 수요일에 공연하기로 했습니다. 교황님은 매주 ..

성 경 자 료 실 2020.12.07

[엉클죠의 바티칸산책] (47)신학과 철학

누구나 ‘개똥철학’이라도 있어야 ▲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라파엘로가 그린 ‘아테네 학당’.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등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이 프레스코화가 바티칸 박물관 내 라파엘로의 ‘서명의 방’ 한 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재미있는 철학 시간이었습니다. 형이상학, 관념론, 경험론, 존재론… 이런 철학 공부가 재미있다고요? 네,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개념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을 어떻게 하면 그렇게 쉽고 재미있게 가르쳐 주시던지, 철학 시간이 기다려졌습니다. 2016년 11월 가톨릭교리신학원, 최대환 신부님(요한 세례자)의 철학 수업이 지금도 종종 생각납니다. 학생들은 대부분 50~60대 만학도들이었습니다. 철학과 신학, 얼마나 어려운 공부입니까. 공부하려는 의지와는 관계없이 학생들의 자세..

성 경 자 료 실 2020.11.29

[엉클죠의 바티칸산책] (46) 첫 로마 유학 신학생의 기도

“차후에 이글을 보는 자는… ” ▲ 로마 우르바노신학원 원장 빈첸조 비바 몬시뇰과 이백만 주교황청 대사가 조선인 신학생 전아오의 한글 기도문이 쓰여있는 입학서약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주교황청 한국대사관 제공 “ᄎᆞ후에 이글을 보ᄂᆞᆫ 자ᄂᆞᆫ… ” 100년 전 로마에 왔던 신학생 두 분을 만났습니다. 가을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10월 12일, 로마 우르바노대학에서! 한국인 최초의 로마 유학생인 전아오(全俄奧) 아오스딩(아우구스티노)과 송경정(宋庚正) 안토니오. 대구대목구(대구대교구) 성유스티노 신학교의 신학생 2명이 드망즈 주교를 따라 1919년 11월 로마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일제강점기 3ㆍ1운동이 일어났던 바로 그 해입니다. 1920년 1월 20일 로마에 도착했습니다. 6일 뒤 드망즈 주교와 함께 ..

성 경 자 료 실 2020.11.24

[엉클죠의 바티칸산책] (45) 교황청의 외교전략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는 데도 7일이 걸렸잖소! ▲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쵸프 서기장과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1987년 중거리 미사일 실전배치를 금지하는 중거리 핵전략 조약(INF)에 서명하고 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다리를 놓는’ 외교 전략으로 미소 냉전 종식과 동구권 공산주의 붕괴를 앞당긴 것은 널리 알려진 역사적 사실이다. 【CNS 자료 사진】 미국과 소련을 양극으로 한 냉전이 한창 벌어지던 1963년 봄. 노구의 요한 23세 교황은 크렘린에서 온 ‘귀한 손님’을 맞았습니다. 불과 몇 달 전 쿠바 미사일 위기(1962년 10월)를 넘긴 상황이어서 소련 최고 통치자인 니키타 흐루쇼프 서기장이 모종의 새로운 전략을 세우고 있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겠지요. 교황과 소련 고위급..

성 경 자 료 실 2020.11.14

[엉클죠의 바티칸산책] (44) 황사영 백서와 뜨거운 전율

황사영을 위한 변명, 신앙의 자유란 무엇인가 ▲ 이백만 주교황청 한국대사가 바티칸 민속박물관을 찾아 고문서연구실 관계자와 함께 ‘황사영 백서’ 진본을 살펴보고 있다. 숨이 멎어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아~, 그토록 보고 싶었던 ‘황사영 백서’가 여기에 이렇게 있었구나! 순간 배론 성지의 토굴이 생각나고, 200여 년 전 서소문 밖 형장에서 팔다리가 찢겨 죽어가는 황사영(알렉시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지난 2월 바티칸 민속박물관을 찾았습니다. 관리 책임자인 마펠리 신부의 안내를 받아 고문서 연구실에 들어갔더니 백서가 책상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워낙 귀중한 사료여서 특수 제작한 상자에 넣어 문서고에 보관하고 있는데, 한국 대사 일행이 온다기에 특별 개봉해 놓았다고 하더군요. 붓글씨를 금방 쓴 것처럼 보관..

성 경 자 료 실 2020.11.10

[엉클죠의 바티칸산책] (43)콘스탄티누스의 승리

‘폰테 밀비오의 십자가’는 역사일까 신화일까 ▲ 테베레 강에 놓인 다리들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폰테 밀비오. 십자가의 은총으로 폰테 밀비오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콘스탄티누스는 곧바로 그리스도교 박해를 중지했고 밀라노 칙령(313년)을 반포하여 종교의 자유를 허용했다. “죽느냐, 사느냐.” 로마 제국의 서방 황제 콘스탄티누스와 동방 황제 막센티우스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났습니다. 피할 수 없는 전투였습니다. 이기면 패권을 쥐게 되고, 지면 죽습니다. 궁지에 몰린 콘스탄티누스는 병사들을 모아 놓고 전의를 불태우는 연설을 했습니다. 그리고 특별한 명령을 하나 내렸습니다. “모든 병사는 방패에 십자가를 그려 넣어라!” 방패에 십자가를 그려넣어라 웬 십자가? 사형수를 처형하는 무서운 형틀 아닌가! ‘이단 종교’의 ..

성 경 자 료 실 2020.11.02

[엉클죠의 바티칸 산책] (42)기후변화와 창조질서 파괴

“회개하여라. 대재앙이 가까이 왔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10월 4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축일을 기념해 아시시에서 가져온 참나무를 바티칸 정원에 이식하는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CNS 자료 사진】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기후변화 등 환경 문제를 이야기할 때마다 자주 인용하는 스페인 격언이 있습니다. “하느님은 항상 용서하신다. 사람들은 때때로 용서한다. 자연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무시무시한 응답 코로나19 사태로 세상이 뒤집혔습니다. 세계 모든 나라에 초비상이 걸렸습니다. 전례 없는 대재앙이 지구를 덮친 것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절정으로 치닫던 지난 4월, 교황님은 영국 매체 「더 태블릿」과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도 스페인의 이 격언을 다시 인용하셨습니다. 그리고 시베리..

성 경 자 료 실 2020.10.24

[엉클죠의 바티칸산책] (41)무릎 기도로 닳은 대리석 계단

예수님이 오르신 계단 스칼라 산타, 296년 만에 베일 벗다 ▲ 스칼라 산타 28계단의 실물. 예수님이 빌라도의 신문을 받기 위해 무릎으로 올라가야 했던 계단의 원형이 지난해 순례자들에게 개방되었다. 돌 위에서의 무릎 기도! 뼈와 돌이 부딪힙니다. 무릎으로 28개 돌계단을 오릅니다. 무릎 종지뼈와 정강이뼈가 곧 빠개질 것만 같습니다. 계단 위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립니다.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사도신경…. 무릎 기도로 닳은 대리석이 갓난아이의 피부처럼 뽀얗고 촉감이 부드럽습니다. 세상에 이런 돌이 있을까 싶습니다. 채찍질을 당한 예수님은 피를 많이 흘렸습니다. 철망으로 씌워진 네 곳의 핏자국, 바로 옆 대리석이 주발처럼 움푹 패어 있더군요. 특별한 기도의 흔적 같습니다. 성스러운 계단 ‘스칼..

성 경 자 료 실 2020.10.13

[엉클죠의 바티칸산책] (40)베드로 사도 무덤 발굴 작업

마르틴 루터의 오해, 베드로 무덤이 가짜라고요? ▲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월 일반알현 때 혜윰터 이세연 대표로부터 「어부의 무덤」 한국어 번역본을 받아들고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미국의 유력 매체 뉴욕 타임스는 1949년 8월 22일 ‘희대의 특종’을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습니다. 카밀레 잔파리 기자가 쓴 바티칸발(發) 기사였습니다. 성 베드로 유골 발견! 언론인들은 이런 기사를 희대의 특종이라고 부릅니다. 바티칸이라는 기관의 성격을 고려할 때 이런 특종을 한다는 것은 수십 년 만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기 때문입니다. 1년 뒤 비오 12세 교황은 라디오 연설을 통해 “베드로 사도의 무덤이 발견되었다”고 뉴욕 타임스의 특종 보도를 확인해 주었습니다. 바티칸발 희대의 특종이 2013년에도 있었습니다..

성 경 자 료 실 2020.10.07

[엉클죠의 바티칸 산책] (39) 방황과 고독 속에 움트는 진리

베드로 사도는 방황했고, 예수님은 고독하셨다 ▲ 스승 예수 그리스도는 핏방울을 흘리며 기도하는데, 제자들은 산 아래에 널브러져 쿨쿨 잠을 자고 있다. ‘겟세마니 동산에서의 기도’ 안드레아 만테나 작, 1455년, 런던 내셔널갤러리. 노래하는 음유시인 정태춘은 아름다운 노랫말로 답답한 현실을 따뜻하게 녹여줍니다. 1978년에 발표된 그의 데뷔곡 ‘시인의 마을’에 얽힌 아픈 사연을 들은 것은 40여 년이 지난 최근의 일입니다. 첫 소절이 화근이 되었다고 합니다. “나는 고독의 친구 방황의 친구, 상념 끊기지 않는 번민의 시인이라도 좋겠소.” 여기에서 ‘방황’과 ‘고독’이 문제가 된 것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정권에 대한 저항이 절정에 달한 시점이었습니다. 저는 대학 4학년 때였지요. 수업을 제대로 한 날..

성 경 자 료 실 2020.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