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례 상 식 769

[교회상식 속풀이] 411. 연옥 영혼은 스스로 기도할 수 없나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있는 연옥 영혼들. (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수도회 형님께서 연옥 교리를 보다가 연옥 영혼들의 기도에 관해 제 생각을 물어 오셨습니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배워 온 연옥에 관한 교리 중, 연옥에 있는 영혼은 스스로 기도하여 정화의 시기를 단축할 수 없다는 내용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렇잖아도 시기적으로 위령성월에 접어든 터라 형님 신부님과 신학적 이야기를 나누듯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말씀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연옥의 영혼은 자기 자신의 구원을 위해 기도와 선행을 할 수 없고, 따라서 자신의 영혼을 스스로 정화시킬 수 없는 걸까요? 저는 연옥 영혼도 자기 스스로를 위해 기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선행 등의 공덕을..

전 례 상 식 2020.11.14

미사의 모든 것] (15)말씀 전례

하느님 말씀과 공동체의 기도로 구성된 전례 ▲ 말씀 전례의 중심 부분은 성경에서 뽑은 독서들과 그사이에 오는 노래로 이뤄져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나처음: 미사를 주례하는 사제가 입당하는 것에서부터 인사하고, 참회한 후 자비송과 대영광송, 본기도를 바치는 것까지가 미사의 시작 예식이라고 했는데, 그럼 그다음부터가 미사의 본 예식인가요. 조언해: 맞아. 시작 예식이 책의 서론이라면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가 본문이고, 마침 예식이 맺는 글이지. 신부님, 제가 교리 시간에 배우기에는 지금 우리가 하는 미사의 말씀 전례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에 따라 명칭과 구조, 집전 장소, 내용 등 대부분이 바뀌었다고 하던데 맞죠? 라파엘 신부: 그래. 말씀 전례는 하느님의 말씀과 공동체의 말로 구성된 전례를 의미해..

전 례 상 식 2020.11.11

[교회상식 속풀이] 410. 성소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성소 혹은 소명에 대해서는 몇 해 전에 다룬 적이 있습니다. (“성소가 뭐죠?”를 참고하세요.) 성소는 거룩한 부르심이란 뜻으로, 소명은 생명으로 초대됨을 의미합니다. 하느님과 맺는 관계에서 보면 모든 인간은 생명, 곧 구원으로 초대받고 있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삶을 사는 것이 하느님의 뜻에 부합한다는 맥락에서 소명을 성소와 유의어로 봅니다. 교회 안에서는 성소라 하면 보통 사제 성소나 수도자 성소를 우선적으로 가리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혼 성소가 있음에도 결혼 성소가 상대적으로 부차적으로 취급되는 것은 사제나 수도자 성소가 그만큼 적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니까 협의의 성소는 그리스도인 각자가 교회에 어떠한 신분으로 봉사할 것인가와 관련이 있습니다. 반면 광의의 성소란, 나를 지으신 하느님의 존재를 믿..

전 례 상 식 2020.11.07

[미사의 모든 것] (14)본(本)기도

사제가 교회와 공동체 이름으로 바치는 주례 기도 ▲ 본기도는 사제가 미사 중에 바치는 첫 번째 주례 기도로 교회 기도임을 드러낸다. 미사 시작 예식은 본기도로 절정을 이루고 말씀의 전례로 넘어간다. 【CNS】 나처음: 기도하면 하느님께서 다 들어주시나요? 조언해: 처음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 하느님께서 어떠한 기도도 다 들어주실 것 같니? 나처음: 전능하시고 자비로우신 분이시니 다 들어주실 것 같고, 내가 아직 로또 1등에 당첨되지 않은 걸 보니 꼭 그렇지 않은 것도 같고 잘 모르겠어. 기도 내용을 골라서 이뤄주시나? 라파엘 신부: 처음이가 아직 예수님을 잘 알지 못해서 그래. 기도 생활은 예수님을 알고, 그분에 의해 아버지 하느님을 알아 신앙의 길로 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시작돼요. 기도는 하느님을 생..

전 례 상 식 2020.11.03

[교회상식 속풀이] 409. 주일 미사에 빠지면 꼭 고해성사를 해야 하나요?

지난 주간 동안 "주일미사 꼭 참례를 해야 하는지?"와 "주일미사에 빠지면 꼭 고해성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되었습니다. 질문은 다르지만 "주일 미사"라는 범주에서 함께 다룰 수 있는 주제로 묶어 답을 드릴 수 있겠습니다. 주일미사에 빠졌는데 영성체를 하시려면 고해성사를 통해 해결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꼭" 그래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일단, 십계명에 나와 있는 "주일을 거룩히 보내라"라는 항목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야 한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주일미사를 어떤 연유로 빠지게 되었는지를 헤아려 보는 게 우선입니다. 이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에 따라 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건강상의 이유나 피치 못할 출장을 가야 했던 이유가 있을 겁니다. 아니면, 자연재해..

전 례 상 식 2020.10.31

[미사의 모든 것] (13)대영광송

하느님께 영광 돌리고 성삼위 찬미하는 기도 ▲ 대영광송은 삼위일체 하느님께 감사와 영광을 드리는 기도다. 다른 어떤 것과 대체할 수 없는 만큼 사제와 교우들이 함께 부르는 것이 원칙이다. 【CNS】 조언해: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지침이 1단계로 하향되면서 우리 본당에서 지난 주일 드디어 미사 때 성가대원들이 합창을 했어요. 미사 중 대영광송을 신부님과 성가대가 서로 주고받으며 노래하는데 감격스러워 눈물이 났어요. 나처음: 미사 때 왜 노래를 하나요? 그냥 말로 함께 기도문을 외우면 미사 시간도 짧아지고 저처럼 노래를 못 하는 사람도 부담이 없을 텐데요. 라파엘 신부: 교회가 전례 중에 노래하거나 오르간을 연주하는 것은 하느님을 찬미하고 신자들을 성화시키기 위함이란다. 교회 음악이 그 자체로 ‘..

전 례 상 식 2020.10.27

[교회상식 속풀이] 408. 인터넷의 수호성인이 있을까요?

현대 사회에서 인터넷을 빼고 정보를 주고받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정말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가 말 그대로 ‘지구촌’이라고 불릴 수 있게된 배경에 인터넷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할 사실입니다. 바티칸 제2차 공의회를 시작으로 가톨릭교회는 50년이 넘도록 현대세계와 대화하고자 노력해 오고 있지만, 교회는 변화에 더딘 속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 세계의 변화는 무척 빠릅니다. 그래서 인터넷의 수호성인을 배출하려면 매우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할 것입니다....라고 말씀드리려 했는데, 지난 10월 10일에 매우 흥미로운 시복식이 이탈리아의 아시시에서 거행되었습니다. 복자 카를로 아티쿠스. (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15살 나이에 백혈병으로 사망한 카를로 ..

전 례 상 식 2020.10.25

[미사의 모든 것] (12)시작 예식의 세 가지 양식

미사 참여자 일치 이루고 거룩한 성찬례 준비하는 ‘시작 예식’ ▲ 미사의 시작 예식은 미사에 참여한 이들이 미사를 거룩하고 합당하게 거행할 수 있도록 인도하고 준비하는 예식이다 가톨릭평화신문 DB 나처음: 미사가 시대와 문화, 지역에 따라 변형됐다는 게 흥미로워요. 미사에 3가지 양식이 있다고 하셨는데 빨리 알려주세요. 라파엘 신부: 정확히 표현하면 미사의 시작 예식 3가지 양식이야. 미사의 시작 예식은 입당-인사(제대 인사, 십자성호, 회중 인사)-참회-자비송-대영광송-본기도로 구성되어 있단다. 이 예식은 말 그대로 미사 전례를 시작하는 예식이야. 미사에 참여한 이들이 미사를 거룩하고 합당하게 거행할 수 있도록 인도하고 준비하는 예식이란다. 바로 시작, 친교, 인도, 준비가 이 예식의 역할이자 목적이라..

전 례 상 식 2020.10.17

[교회상식 속풀이] 407. 혼배를 자꾸 미루게 되는 상황을 어찌할까요?

코로나19 감염증의 기세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내년 즉, 2021년 후반까지 가야 치료제와 같은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런 황당한 상황으로 인해 서글픈 사람들을 꼽으라고 한다면, 결혼을 앞둔 이들을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가능하면 많은 사람의 축하를 받아가며 인생의 한 장면을 멋지게 장식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모이기에는 너무나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상식이 통하는 이들은 알아서 모이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주변의 청년들 중에 안타깝지만 결혼을 좀 더 미루는 이들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저도 서글픈 마음이 들었습니다. 기억할 만한 혼인을 기대하는 약혼자들이 만약 가톨릭 신자라면 그들은 당연히 성당에서 혼인성사를 하길 원하고 또 그래야만 합..

전 례 상 식 2020.10.15

[교회상식 속풀이] 406. 'Act of faith'가 뭐죠?

같은 수도회는 아니지만 수도자의 삶을 함께 걷는 형제로서 종종 연락하며 지내는 토마스 수사님께서 물어오셨습니다. 영어로는 "act of faith 액트 오브 페이쓰", 불어로는 "acte de foi 악뜨 드 후아"라고 하는 단어를 들어 본 적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가리키는 단어인지를 알고 싶어 하셨습니다. 그대로 번역하여 그냥 '신앙 행위'라고 할 수는 있으나, 그것 자체로는 이 단어가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지 제게도 모호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프랑스에서 신학생으로 있을 때 심심치 않게 들었던 단어였습니다. 그 당시 제가 문맥상 이해했던 것은 개인 차원의 '신앙 실천 행위'였습니다. 그러니까 자선을 베푼다든지, 봉사활동을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이 자신의 행동을 통해 ..

전 례 상 식 2020.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