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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미사 지각 삼세번

수도원에서 외부 일정을 요청받고 다니다 보면, 뜻하지 않은 교통 상황에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예전엔 자주 다니는 길이라 교통 상황이 예측 가능했지만, 요즘은 같은 시간에도 전혀 다른 상황이 일어나곤 한다. 몇 해 전, 교구 사제 연수를 떠나는 본당 신부님 요청으로 우리 신부님들이 나흘간 하루씩 본당 미사를 맡게 되었다. 첫날 당번 신부님이 내부순환로가 막혀 본당에 제때 가지 못했다. 도착 시간이 늦어지자 본당 수녀님·사무장·전례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지만, 도로 상황에 어찌할 수가 없어 모두 당황했다. 다음날 미사 담당자를 바꿔 내가 가기로 했다. 성사를 감안해 제법 여유를 갖고 출발했다. 근데 이게 웬일인가. 내부순환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접촉 사고가 나 도로 상황이 말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체되면서 ..

길 을 찾 아 서 2024.01.14

[알기 쉬운 미사 전례] (2)믿음의 증거인 십자성호

삼위일체 하느님과의 관계 표현하는 행위 세례의 은총 새롭게 하는 것이며 삼위일체 하느님에 대한 신앙 표현 하느님의 사람으로 길들여지는 것 성당 입구에는 성수반이 있어서 신자들이 성수를 찍어 십자 표시를 하면서 기도한다. 십자 표시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사람이라는 뜻도 되고, 십자가를 통한 예수님의 구원에 동참한다는 의미도 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길들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막여우를 만난 어린 왕자는 함께 놀자고 말합니다. 그러자 여우는 “난 너하고 놀 수 없어. 난 아직 길들여지지 않았거든”이라고 답하지요. 여우는 길들여진다는 것은 ‘관계가 생긴다는 뜻’이라고 가르쳐줍니다. 또한 여우는 길들이는 과정에서 참을성이 필요하고, 하루하루 조금씩 가까워지며, 관계가 생긴 친구를 만나기 전..

전 례 상 식 2024.01.14

2024년 1월 13일 연중 제1주간 토요일

사진설명: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13-17 그때에 13 예수님께서 호숫가로 나가셨다. 군중이 모두 모여 오자 예수님께서 그들을 가르치셨다. 14 그 뒤에 길을 지나가시다가 세관에 앉아 있는 알패오의 아들 레위를 보시고 말씀하셨다. “나를 따라라.” 그러자 레위는 일어나 그분을 따랐다. 15 예수님께서 그의 집에서 음식을 잡수시게 되었는데, 많은 세리와 죄인도 예수님과 그분의 제자들과 자리를 함께하였다. 이런 이들이 예수님을 많이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16 바리사이파 율법 학자들은, 예수님께서 죄인과 세리들과 함께 음식을 잡수시는 것을 보고 그분의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저 사람은 어째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이오?” 17 예수님..

강 론 말 씀 2024.01.13

[방주의 창] 사랑의 선물과 성역할 / 이동옥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아내가 음식을 너무 잘한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가족을 부양하는 성실한 중년 남성이다. 그는 자녀들을 사랑하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는 아내가 친정을 방문하거나 집을 비울 때 자녀들의 식사를 책임져야 할 때면 라면 외에 요리를 할 줄 몰라 상황을 부담스러워했다. 그래서 그는 외식을 하거나 음식을 시켜 먹었다. 나는 그에게 요리를 배우라고 권고했고 대단한 요리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밥, 국 등 간단한 요리를 통해 생존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소를 하지만 요리를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는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므로 자신이 요리까지 배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팬데믹 전후로 나는 그를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했다. 다시 그를..

길 을 찾 아 서 2024.01.13

[교회 상식 팩트 체크] (2) 세례 때 사용하는 물은 성수가 아니다?

세례수와 성수, 각각의 쓰임새 달라 세례성사 때 사용하는 물은 ‘성수’가 아닌 ‘세례수’로, 전례서의 규정에 따라 ‘성령 청원 기도’로 축복한다. 사진은 2023년 1월 8일 주님 세례 축일을 맞아 로마 시스티나 경당에서 한 아기에게 세례를 주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CNS 자료사진 교회 안에서는 물이 참 많이 쓰입니다. 일단 성당에 들어갈 때 물을 손에 찍어 성호를 긋고, 건물을 비롯해 여러 가지 축복할 때도 물을 뿌리곤 합니다. 무엇보다 신자가 되는 세례성사 때 물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렇듯 교회 안에서 물을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우리가 세례성사를 통해 물로 죄를 씻고 새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새로 태어납니다. 그리고 또 우리..

가 톨 릭 상 식 2024.01.13

2024년 1월 12일 연중 제1주간 금요일

사진설명: 사람의 아들이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1-12 1 며칠 뒤에 예수님께서 카파르나움으로 들어가셨다. 그분께서 집에 계시다는 소문이 퍼지자, 2 문 앞까지 빈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복음 말씀을 전하셨다. 3 그때에 사람들이 어떤 중풍 병자를 그분께 데리고 왔다. 그 병자는 네 사람이 들것에 들고 있었는데, 4 군중 때문에 그분께 가까이 데려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분께서 계신 자리의 지붕을 벗기고 구멍을 내어, 중풍 병자가 누워 있는 들것을 달아 내려보냈다. 5 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 병자에게 말씀하셨다.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6 율법 학자 몇 사람이 거기에 앉아 있다가..

강 론 말 씀 2024.01.12

[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2)인류 최초 살인 범죄자, 카인

다니엘 크레스피 ‘카인이 아벨을 죽이다’. 아담과 하와는 카인과 아벨 두 형제를 두었다. 성경은 영화대본처럼 스토리가 일사천리로 전개된다. 물론 문장의 행간(行間)에는 수없이 많은 고뇌와 걱정, 복잡한 감정들이 소용돌이친다. 내 경우 세 살 터울인 동생이 태어나고 난 후 동생과 많이 싸웠다. 싸움의 이유는 이념, 생각의 차이가 아니라 존재자체에서 비롯되었던 것 같다. 우리 집은 마루에서 매일 저녁기도를 바쳤다. 우리 둘은 맨 뒤에서 몸을 배배꼬면서 있다가 눈이 마주치면 “뭘 봐! 임마”하며 서로 잡고 뒹굴며 싸웠다. 나와 동생의 싸움이 끝난 것은 내가 중학교 1학년 때였다. 보통처럼 동생에게 주먹을 날렸는데 동생이 맞기만 하고 가만히 나를 쳐다보았다. 나를 형으로 인정한 것이었다. 그 이후 우리는 수십 ..

성 경 속 인 물 2024.01.12

그리스도교 수도생활의 시조, 성 안토니오 아빠스

철저한 고독과 침묵… 말씀과 기도 중심의 수도생활 표본 만들다 은수자로 더 충실하게 살고자 이집트 콜짐 정착해 수덕생활 말씀에 힘입어 유혹 이겨내고 기도로서 참된 금욕생활 수행 “항상 그리스도를 호흡하라.” ‘모든 수도승의 원조’, ‘사막의 성인’, ‘수도생활 역사의 시조’로 불리는 성 안토니오 아빠스(251~356)는 삶을 마무리하는 순간 제자들에게 이 유언을 남긴다. 그리스도인의 삶이 항상 그리스도를 호흡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아님을 강조한 이 말은 ‘세상’의 가치를 거슬러 사막 한가운데에서 오로지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치열하게 복음을 살았던 성인의 가르침을 대변한다. 금욕 생활과 철저한 고독 속에서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신앙으로 무장했던 성인은 수도생활을 방해하는 온갖 유혹과 싸우며 평생 주님만을..

기 획 특 집 2024.01.12

[신한열 수사의 다리 놓기] 축복에 대해 바뀐 지침

교회가 동성 커플을 축복해 줄 수 있다는 교황청의 최근 문헌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동성 커플을 축복한 이동환 목사가 감리교에서 출교 처분을 받고 열흘 뒤였다. 그래서인지 교황청의 결정에 가톨릭보다 일반 언론과 개신교계에서 더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2013년 “하느님을 진심으로 찾고 교회의 신앙 안에서 살려고 노력하는 동성애자들을 내가 누구라고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했다. 그 뒤로 그는 동성 커플을 만났고 신앙 안에서 자녀를 양육하려는 이들을 격려했다. 이전의 교회 입장과 달리 그는 동성 커플의 삶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시민결합법’을 지지하고 있다. 교회 밖의 사람들도 교종의 이런 행보에 감동한다. 모든 인간이 존엄하며 누구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보편 인권의 문제이고, 교종이..

길 을 찾 아 서 2024.01.12